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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Apr 08. 2023

글래스고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

이것은 예전에 읽은 글을 내 방식대로 풀어쓴 글이다.


런던 타임스인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어느 신문사에서 ‘글래스고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에 대한 글짓기를 독자 공모했다. 신문 독자들은 여러 가지 답변들을 보내왔다.

버스를 타고 어디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 혹은 어디까지는 운전을 해서 가고, 어디부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혹은 비행기를 타고 내린 후, 차량을 렌털하라…등등 다양한 답이 접수되었다. 독자 공모에서 1등으로 선정된 것은 이런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기차를 타라’


사실 이 이야기에서 종착지가 글래스고인지 아닌지는 나도 기억이 희미해서 잘 모르겠다. 사실 종착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잘 기억을 못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답이 너무 좋았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기차를 탄다면, 그 시간은 얼마나 쏜살처럼 지나갈 것인가?

매 순간순간이 정말 쏜살처럼 지나가지만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그들은 종착지 플랫폼에서 기차 난간을 내려오며,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이보다 빨리 글래스고에 도착할 수 있을까?


나는 글래스고에 이 보다 더 빨리 가는 방법을 안다. 이걸 내 버전으로 바꿔 본다.

‘짝사랑하는 그이와 기차를 타라 ‘


그렇다면 그이의 눈빛, 그이의 음성, 그이와의 속삭임이 한 찰나,  한 찰나 너무도 소중히 여겨질 것이다.

그이에게는 런던에서 글래스고로 가는 시간이 물리적 시간과 동일하겠지만, 눈치채지 못하게 은은히 그이를 바라보는 나에게는 그 시간은 물리적 시간의  5분의 1 정도도 안 될 것이다.

더 듣고 싶은 얘기를 듣지 못했고, 더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석 달 뒤, 아니 3년 뒤에나 뱉을까 말까 한 말을 지금 이 순간 확 할까 망설이다가 어느새 종착역에 도착해 버린다.

이렇게 짧은 기차여행이 있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효율적인 삶에 대해서 얘기한다. 효율적인 삶은 타인의 시간의 길이보다, 내 시간이 더 짧고 응축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타인이 40대에나 이를 수 있는 중간지점을 내가 30대에 이미 도달했다면 그걸 효율적인 인생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같은 여정을 가더라도, 타인보다 5분지 1 정도의 시간의 길이로 그 종착지에 이를 수 있다면 그야말로 효율적인 인생이 아닐까?

그이나, 그 어떤 목적, 그 어떤 이상을 짝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품은 그 사랑 그 자체로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빠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의 내 기차 여행이 지겹고 더디기 짝이 없다면, 짝사랑하는 그 어떤 존재나 목적과 함께 간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글래스고로 간다. 각자의 시간축을 달리면서.

기차에서 내릴 때, 아쉽고 너무 빨리 도착한 여행이었으면 한다.

교통공학자들이 아무리 혁신과 신기술을 도입할지라도, 비밀스러운 사랑을 속에 품은 이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달하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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