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과 광야

자신에게 속삭이는 작은 소리를 듣는 법

by 작은길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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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에 오래 앉아 있으면
보통 때 못 듣던 소리가 들린다.
찌잉하는 전기음이 들린다.
원래 이 음은 고주파 같은 특정 음역을 들을 수 있는 돌고래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주장이 들린다.
내가 옳았다라고,
내가 옳았으니 나를 승인하라는 변론이 들린다.
그에 대한 공격도 들린다. 네가 왜 옳냐고.
그러곤 어느새 그들의 논박은 점점 격렬해지다가 마침내 아우성으로 변한다.
그게 조용한 골방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다.

골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싫으면
광야로 나가야 한다.

광야에는 거친 바람이 불고,
바람이 잡나무, 잡풀들과 부딪히며 내는
거센 소리들이 있다.

그 휘몰아치는 바람소리, 바람과 맞부닥치는 풀잎 소리에 있다 보면
내가 내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머무르다 보면,
태양 빛을 받고 고함치는 꽃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바람 속에 미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태양이 이파리 하나에 묻혀두고 간 소리도
채집해서 읽을 수 있다.

사실 우리들 각자의 골방은 너무 시끄러웠다. 그 속에는 승인을 받기 위한 아우성이 있었다.

광야는 오히려 조용하다.
거친 광풍 속에, 내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광풍 속에, 세미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풀잎마다 묻어 있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모아,
그것으로 문장을 만들어 평소에 듣지 못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소리를 들으려면
시끄러운 골방에서 나와서,
광야로 나갈 일이다.

거기에서 폭풍의 조용한 속삭임을 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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