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요'에 대한 유감

희미하고 중립적인 언어

by 작은길벗 소로우


아주 예전에 '~~~ 같아요'라는 말을 방송에서 많이 쓰기 시작하면서, 국어학자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학자들이 비판한 이유는, '같아요'라는 표현은 사실 판단을 흐리게 하고, 화자의 주체성도 많이 부족한 표현이라는 이유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같아요'라는 표현이 지금처럼 자주 쓰이진 않았다)

누가 그런다.
'밖에 비가 오는 것 같아요.'

그분이 창밖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비가 오는 것 같아요.' 할 수도 있다.
아마 빗소리를 듣거나, 사무실에 젖은 우산을 가지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추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본인이 창가에 서서 밖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제 눈으로 보면서도,
'어, 밖에 비가 오는 것 같아요 그런다.'

분명하게 인지하는 사실인데도, 왜 '같아요'라는 표현을 쓸까?
이건 타인의 도전과 갈등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누가 따지면 '내가 언제 확! 실! 히! 비가 온다고 그랬냐? 비가 오는 것 같다고 그랬지.' 그러려는 거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덜 지고, 약간 도망가는 표현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애매한 표현이다.


이런 화법과 유사한 또 다른 예는 '무엇 무엇 같은 경우에는'이다.

이렇게 쓴다.

'이번 독일 수출 건 같은 경우에는...'
'지난번 평가결과 같은 경우에는...'
왜 이렇게 말을 돌려서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독일 수출 건은...'
'지난번 평가결과는...'
이렇게 하는 게 낫다.

요즘은 남에게 단도직입적인 사람으로 안 보이려고, 너무 말을 돌린다.

그래서 '혹시, 순댓국 좋아하세요?" 질문을 하면, 심지어 이런 식의 답변도 듣는다.
"어... 저 같은 경우에는, 순댓국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기호에 대해, 마치 타인을 논평하듯이 말하고, 자신이 뭘 싫어하는지조차 확신이 없다.

원래 아주 아주 예전에는 이렇게들 얘기했었다.
"저는 순댓국을 싫어합니다."
"저는 순댓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요즘 회사에서 '같아요'를 점점 많이 쓰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낮추어 보던 '무엇 무엇 같은 경우에는, '이라는 표현도 최근 쓰기 시작했다.

그런 화법을 씀으로써,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덜 받고 서로 나이스 한 척 보이기로 약속을 했다면,
나도 따라 주어야 할 것 같아서(?)이다.

'같아요' 또는 '무엇 무엇 같은 경우에는' 같은(!),
대다수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관용 미사여구의 경우에는(!),
주변에 소심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내가 은근슬쩍 도망간다는 측면에서,
그런 표현들을 자주 써 주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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