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면담은 왜 원탁에서 해야 하는가?

원탁이 만들어 내는 면담의 비밀

by 작은길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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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채용 담당으로 오래 일해 왔다. 96년에 신입 채용 및 해외채용 업무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나중에 다른 일도 많이 했지만, 가장 오랜 시간을 쓴 것은 채용과 해외인사이다.

해외를 다니며 채용업무를 하면서 나름 발견한,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얘기를 하나 하려 한다. 대부분 분들이 아시는 것이니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패스하시면 되겠다.


진짜 중요한 사람과 채용 면접/면담을 할 때는 원탁을 사용하길 권한다. 나는 오랫동안 채용업무를 하면서 원탁이 가진 힘을 알게 되었고, 면담 시 늘 원탁을 애용했다. 해외 면접을 가서도 호텔 콘퍼런스룸에 원탁이 있는지 없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예약을 했다. 원탁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구해 달라고 했다. 심지어 호텔에 도착해 보니 원탁이 없어서, 나 때문에 호텔 직원들이 다른 호텔에서 원탁을 빌려서 오기도 했다.
(원래 원탁이 있다고 해서 예약했는데, 당일 다른 행사 때문에 우리 방에 너무도 작은 원탁이 배정되어서 바꿔 달라고 한 것인데, 옆 호텔에 가서 빌려왔다고 함 ㅠㅠ )


보통 남자 4~5명이 앉기에 6인석 원탁은 좁다. 사실 밥을 먹으로 온 게 아니고 서로 얼굴을 보면서 business talk를 하러 온 것이다. 그래서 8~10인용 원탁에 5명이 앉아야 적당하다.


원탁 면담의 좋은 점은 여럿이다.


첫째, 원탁은 착석자 서로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3:1, 2:1로 맞대면해서 앉아서 시선을 주고받으면, 초대받아 온 사람은 자연스럽게 위축된다. 그는 관찰받거나, 조사받거나, 평가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업계의 고수들과 얘기하는 것은 신입사원을 짧은 시간 내에 보고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

VIP들은 면접이 아니라 면담의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꼭 무슨 답을 정해놓고 얘기를 한다기보다 서로의 전문성과 인생 내공을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서로의 시선이 사선으로 약간씩 분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맘이 편하다. 맘이 편해야 얘기가 풍성해진다.


둘째, 원탁은 상석이 모호하다. 긴 사각 테이블이 있으면 모니터 반대쪽이 상석이거나, 창을 등진 곳이 상석이거나 등등 상석 개념이 있다. 하지만 원탁에는 그런 개념이 약하다. 그래서 원탁은 좀 더 수평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수평적이어야 대화가 풍성해진다.


셋째, 원탁에서는 중립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 인간은 환경에 약하다. 맞대면을 하면 너와 나, 공격과 방어 식으로 대화가 오간다. 뜻 없이 한 질문도 공격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사업에 대해 서로 주장을 달리 해서 공방식의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통찰과 대응력 등을 알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특별히 의도가 없다면 그런 공방적 분위기보다는 공동 주제를 중립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진짜 본질을 볼 수 있다.


넷째, 원탁은 사람의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낸다. 서브를 주고받는 식으로 해서는 깊이 대화하기 어렵다. 에너지를 직선으로만 쓰기 때문이다. 나선형으로 에너지를 써야 대화가 깊어진다. 원탁에서 얘기를 나누면 점점 대화가 내려간다. 같이 감탄을 하거나, 같이 안타까워하거나 하면서 말이다.


수년 전, 웨어러블 비즈니스가 막 시작할 무렵, 나는 스위스 제네바에 시계 명인을 만나러 갔다. 제네바는 정밀기기 특허가 많은 도시이다. (아인슈타인도 젊을 때 제네바 특허청에서 일하며 시계 관련 여러 지식들을 접했다. 그리고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숙고했다. )


나는 시계 명인과 원탁에서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그분이 일어서더니 자기 가방에서 시계들을 원탁 위에 쏟아 놓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기가 제작한 명품시계들을 펼쳐놓고 자랑스레 얘기를 계속했다. 내가 손목에 차 봐도 되냐고 하니깐 차는 건 괜찮은데 나중에 벗는 건 절대 잊지 말라고 농담을 했다. ^^ (알고 보니 제일 싼 시계가 1억 5천만 원이었다. 달 표면 가루로 만든 시계, 타이타닉호 구조물로 장식한 시계 등등, 스토리와 역사성이 있는 시계들이었다. 아랍 왕실 및 전 세계 부호들이 고객이었다.)

즐거운 대화시간이었다. 서로를 주객으로 구분하는 직사각형 테이블이었다면 그런 체험은 못 했을 것 같다.


채용 미팅은 평가가 아니라, 가능성의 탐구 자리여야 한다. 오신 분의 장점은 무엇이며, 우리 회사는 이 분에게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서로의 Best Fit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회사는 기회를 보여 주고, 지원자는 자신의 역량을 부담 없이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채용 미팅룸에 원탁이 없으면 원탁의 자세라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즉, 서로가 맞서지 않고, 상하 없이 수평적으로, 중립적으로, 속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Best Fit을 찾아보는 즐거운 탐구의 자리라는 것을 기억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초대한 사람의 맘이 그러하면 그 자리는 이미 상당히 둥글다. 그때 원탁이 있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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