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에 대한 옹호

by 작은길벗 소로우

리코더는 초등학생들이나 쓰는 장난감 악기인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현대 관악기들의 조상인 고악기이다. 리코더라는 이름은 원래 그 악기의 본명이 아니다. 리코더의 본명은 플루트였다


현대 플루트는 19세기에 개발되었다. 그러나 바흐, 헨델이 쓴 악보에 이미 플루트가 등장한다. 바흐는 150년 후에나 나올 악기를 미리 예지하고 곡을 쓴 것일까?


바로크 시대까지는 세로로 부는 목관악기 이름이 플루트였다. 나중에 가로로 부는, 개량 목관악기가 나오면서 이 또한 플루트로 불렸다. 그러다가 세로 플루트가 음악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며 그 이름은 지금의 (가로) 플루트가 독차지했다.

나중에 20세기 독일인들은 아동 교육용으로 세로 플루트를 복원했고, 리코더라는 새 이름을 붙여 주었다.


리코더가 밀려났던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플루트에 비해 성량이 작다는 점이다. 건축술의 발달로 큰 음악당에서 하는 대규모 합주가 점점 각광받은데 비해, 리코더는 소리가 작아 큰 공간에서 연주하기에 적합치 않았다. 또, 음악사조가 바뀌고 금관악기의 등장 등으로 리코더가 설 자리는 더더욱 없어졌다.

리코더는 동시대 고악기인 류트와 합시코드와는 다른 길을 갔다. 류트, 합시코드는 자신의 이름은 지켰지만 이제 주위에서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리코더는 이름은 잃었지만 지금 우리의 생활에 와 있다.

리코더 없이는 현대의 관악기들은 등장할 수 없었다. 한 시대 동안 누군가의 귀에 작은 소리로 머물러 있었던 그가 있음으로 인해, 지금의 플루트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요즘 리코더들을 종종 마주친다.

1966년 산이라서 퇴출된 리코더.

한때 조직을 위해 '봉사'하는 맘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service업을 모르는 리코더.

고객을 위해 '승강장'을 몇번씩 거치며 야간 출장을 다녔지만, 이젠 platform 활용이 잘 안 되며,

약간의 가능성에도 '지원(apply)'하고 도전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application에 서툰 리코더.


나는 어느 저녁,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아파트 1층에 갔다. 나는 수거를 돕는 경비 선생님들에게 의식적으로, 또렷한 발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나는 그 분들이 과거에 섰던 그 음악당에 같이 선 적이 없다.


아파트 단지 어디선가 리코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엄마가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피리 그만 불고 밥 먹어!"

그러다가 곧 두 개의 리코더 소리가 들린다. 그 아이의 동생 아니면 아빠가 끼어든 것 같다.


리코더는 그 행복한 저녁에 사람들과 함께 머물러 있다.

이젠 자신의 이름이 플루트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작가의 이전글KPI를 보는 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