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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Mar 22. 2022

아이패드에 보호필름 붙이기

이 글은 아이패드에 보호 필름을 어떻게 하면 잘 붙일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은 아이패드에 보호 필름을 붙이면서 느낀 어떤 사람의 회고이다.   


아이패드 화면에 보호필름을 잘 붙이려면, 일단 유튜브 동영상을 여럿 시청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네 가지 보호 필름의 종류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를 해야 한다. 그 네 가지 필름에 대한 구분은, 옛날에 좋아했던 이성 친구를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깐 이런 것이다.


붙이고 나서도 디스플레이 색감은 진짜 좋지만, 필기감은 너무 안 좋은 필름. 필기감이 안 좋다는 것은 펜슬로 쓸 때 너무 미끄럽다. 너무 딱딱거리는 소리가 난다 등등… ‘필기감 별로?’; 에 대한 각론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필기감은 좋지만, 아이패드 펜슬촉을 빨리 마모시키는 필름. 이 필름의 결정적 단점은 화질이 안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금 이 필름에 무슨 약자를 더한 필름인데, 별로 효용이나 체감에 있어서는 차이가 안 나지만 가격만 띠따 비싼 필름.


나머지 하나는 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앞에 것 이것 저것 특성이 더 섞여서 좀 남다른 필름인 것처럼 보이는 어떤 필름일 게다.


하여튼 그렇게 어느 필름을 선택하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이때까지 거실에 같이 앉아 있던 사람은, 도대체 뭘 사길래 그렇게 고민하냐고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때는, ‘아니…내가 아이패드 보호필름 하나 붙일려고…’ 이렇게 대답을 하면 된다), 그리곤 며칠을 기다린다.


며칠 지나 필름이 도착을 하고 해야할 것은 다음과 같다.

일단, 부착 방법을 알기 위해 동봉된 설명서를 읽어 보고, ‘다 알겠네. 별로 어려운 건 없네’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설명서를 덮는 순간. ‘어떻게 하더라?’,  ‘도움 스티커가 있는데 이건 왼쪽에 붙여야 할까? 아니면 오른쪽일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설명서를 읽어 보고, 뭣부터 먼저 해야할 지 확신이 들긴 하는데…그때, ‘아, 차라리 유튜브로 찾아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로 아이패드 보호 필름 붙이기 동영상을 한번 더 보고, 조심스레 시도를 한다. 부착 안내문을 따라, 먼저 손을 씻고, 먼지가 안 나는 공간을 찾은 후, 손으로 아이패드를 눌러도 뭔가 들썩이지 않을 탁자나 책상을 찾는다. 그리곤 그 필름을, 동봉된 테이프를 이용해 화면 위 세 곳에 왼쪽, 오른쪽, 중간 고정을 한다. 그 다음엔 먼지가 안 나게 필름을 살짝 뜯으면서, (상품에 동봉되어 있던) 화면 미는 플라스틱으로 열라 문지르는 것이다.


목표는 두 가지이다. No 먼지, No 기포.

조금씩 손에 힘을 빼면서 필름을 아이패드에 붙여 가고, 플라스틱 판떼기로 열라 문지른다. 마지막은 그 필름의 감싸고 있던 외피 보호 비닐을 쓰윽 뜯어 내면서, 아이패드 화면 보호필름 붙이기의 대장정은 끝나게 된다.


나는 보호필름이 잘 붙은 아이패드 전면을 보고, 환호하며 아내와 딸을 불러, “내 인생 최고 필름 붙이기였다.”라고 고백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보느라고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혼자 아이패드를 계속 들여다 보다가, 화면 위에서 보호 필름 아래 곱게 장착(?)되어 있는 몇몇 어여쁜 먼지와 그가 만든 기포를 보게 된다.

나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사실, 나는 작업할  먼지가 없도록, 극세사 천으로  문질러야 했었고, 아무리  눈에 깨끗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먼지 제거 스티커로 화면  미세 먼지를  제거해야 했었다고 생각을 한다. (사실  작업을  , 이미 나는 먼지 제거 스티커로 아마 45 정도 찍찍거리며 화면  먼지 제거를 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찍찍이 테이프로 화면 먼지 자체를 찍어 내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지가 아예 없는 방에서 이 작업을 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엔 그리 방이 많지 않고, 그 어느 방에도 거실 못지 않게 먼지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먼지 몇 개, 기포 몇 개가 섞인 아이패드 화면을 보며, 이랬으면 이랬을 텐데, 저랬으면 저랬을 텐데…그렇게 계속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다음부턴 아이패드를 볼 때마다, 은근히 먼지와 기포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쳐다 보았었다.


나의 이번 인생은, 처음으로 살아봐서인지, 온통 먼지와 기포 투성이였다.

그래서 내 아이패드 만큼은 그렇지 않기를 바랬었다. 그러나, 그리곤 계속 나는, 필름붙인 아이패드 화면의 먼지와 기포를 바라 보았었다.


그렇게 내 소중한 아이패드를 홀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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