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 셰프는 주방의 감독자다. 각 파트의 요리사들이 메뉴를 만들면 최종 검수를 한다. ‘음, 스테이크가 오버쿡이네? 다시!’ ‘이 떡진 머리 같은 알리오올리오는 뭐야? 다시!’ ‘내가 오리 훈제를 하라지 않았나? 오리 몸통에 불을 싸질렀네? 다시!’
셰프들은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상정하고 그 기준치에 맞지 않으면 사람을 조진다. 여기서 포인트는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이다. 지향하는 바가 없으면 사람을 조질 이유가 없다.
축구도 비슷하다. 축구 감독은 피치 위의 총괄 셰프다.지향하는 바가 있어야 하고, 구성원들이 그에 맞게 뛰도록 해야 한다. 선수들이 제대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이런 소리를 해야 한다. 정상적인 감독이라면 말이다. ‘인범! 흥민이 뛰잖아, 킥으로 붙이라고!’ ‘영우! 터치라인에 서서 뭐 하는 거야! 전진해!’ ‘승현! 민재 치고 나갔잖아 뒤에 커버 안 해?’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템포 조절 하라고! 전반전만 뛰고 퇴근할 거야?’
예전에 김학범 감독이 인터뷰에서 “성질 좋은 감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감독마다 원하는 축구가 있다. 그 축구를 피치에서 구현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감독은 망가진 디테일을 보정하려 화를 낸다. ‘소니, 슬로 다운!’ ‘굿잡, 보이스!’ 박수치며 이런 말을 하는 감독이 이끄는 팀을 보는 건 고역이다. 소비자인 팬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떡진 알리오올리오 같은 축구를 봐야만 한다.
내가 디테일이 떨어지는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물론 선수들의 노고는 언제나 존중한다). 그런 축구는 이미 2000년대에 끝났다. 끝냈어야 했다. 승부와는 상관없이 나는 이런 지도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