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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Dec 14. 2016

촛불,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와글 <시민의회> 논란과 촛불광장의 경험

2016년 11월 26일 제주6차촛불집회 ⓒ이혜령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안이 234표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으며 가결됐다. 탄핵 가결의 일등 공신은 단연 '촛불'이었다. 박근혜ㆍ최순실게이트로 두 달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매주 거리로 몰려나왔다.


이번 촛불은 광장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게임의 룰이 변화한 것이다. 촛불은 광장에서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SNS를 통해 광장의 현장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기도 했고, 공유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광장에서 논의된 많은 의견들이 온라인에서, 일상에서 다시 논의되며 매주 촛불은 성장해나갔다.


'탄핵 가결' 사람들은 촛불 민심의 승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촛불이 첫 번째 언덕을 넘고 나니 그다음이 걱정이다. '헌법재판소도 촛불민심을 담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다시금 밀려온다.  '촛불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정말 이번에는 촛불로 바꿀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 이후도 걱정이다. 각자가 꿈꾸는 사회는 다양했고, 새로운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해 바꿔야 할 것도  많았다. 탄핵이라는 단합된 구호를 외친 이전과는 달리 탄핵 이후 각자가 외치고 싶은 구호는 너무나도 다양해졌다. 탄핵 이전처럼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촛불에는 분명 희망이 있었지만, 언제까지 촛불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촛불에 의존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현실을 생각하니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출처 | 박근혜게이트 페이스북페이지


최근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 시민대표를 추천받아 촛불민심을 대변할 '시민의회'를 제안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중단했다. 와글은 '시민들이 더 많이 발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마당’을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직접 민주주의 실천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게 시민의회를 만들고자 한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섣부른 세력화'였다는 비판과 '완장질'이라는 거친 비난 등 많은 우려와 질타가 쏟아졌다.


시민의회를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서 분명 성급함과 미숙함이 있었지만, 과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민의 입법 제안을 국회의원과 매칭 시키는 시민입법 플랫폼 <국회 톡톡>이나 <박근혜 부역자 인명사전> 등 와글이 해온 일들을 살펴왔던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본의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현시국의 분위기에 휩쓸려 성급하게 결정하는 오류는 분명 경계해야겠지만, 이로 인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


'왜?'라는 질문에 이어 '어떻게?'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나는 촛불광장에서 나오는 모든 목소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다른 사람들 역시 비슷할 거라 믿는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대방에게,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어 주는 호의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진보시켰는지 이번 광장의 촛불을 보며 배웠다.


모두가 입을 모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 비난이 쉽다. 와글의 시민의회는 한 가지의 대안을 제안한 것이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제안이 거부되었다.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함께 질문하며 새로운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더 많은 질문들이 오가야 하고 정치혐오, 냉소적인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논의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정체될 수밖에 없다. 촛불의 기적이 아니라 촛불 속 희망을 믿으며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를 더욱 응원해야 할 때다.

우리가 바로 실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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