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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Nov 26. 2016

학생들과의 평화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평화를 더 이야기해야 한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지금 거리 옆쪽에서는 반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같이 허그하지 않으시겠어요?’ 반한 시위가 벌어지는 일본 거리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눈을 가린 채 한국 여성이 프리허그를 벌이는 영상이 빠르게 SNS에 돌았다.


새벽에 혼자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을 되뇌며 이 영상을 몇 번씩 돌려봤다. 한쪽에서는 반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눈까지 가렸다. 눈을 가리고 대중 앞에 선다는 것은(게다가 옆쪽에서는 반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엄청난 두려움이나 공포 때문에 실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임은 모두가 알 것이다.


유튜브 영상 캡처 <Freehug for Peace> ⓒKoichi Kuwabara

영상은 다음 멘트를 마무리된다.  

"증오로부터는 평화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함께 다가가 서로가 웃는 얼굴로 있을 수 있습니다.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지 않겠습니까?"




그 어느 때보다 '평화'라는 말이 많이 들리고 있지만, '우리는 평화로운가?'라고 묻게 되는 요즘이다. 많은 국민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외치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 뻔뻔한 정부는 들은 채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복장이 터질 것 같다. 시국이 이러한데 학생들과 '평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현실은 이런데 학생들에게 '평화'라는 주제로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끊임없이 들었다. 하지만 <평화를 위한 프리허그 > 영상을 보고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제주도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평화를 주제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준비된 내용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평화에 대한 정의, 평화를 깨는 폭력에 대한 정의, 폭력에 대한 원인, 평화를 깨는 사례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현시국에 대한 문제로 넘어갔다. 아이들에게 현실은 이러한데 이상적이기만 하고 어쩌면 모순돼 보이기까지 하는 평화를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고 수업 전까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정답은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람들은 왜 집회에 나가는지....' 그리고 '비폭력 프레임을 깨야한다'라고 하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대다수가 비폭력 프레임을 지켜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폭력에 대한 피해는 결국 일상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국민의 몫이 되어버린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것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폭력은 설득의 방법이 아니며 무엇보다 폭력은 쉽게 번진다.


'역사를 뒤돌아 보면 비폭력 프레임을 깬 것은 우리가 아니라, 프락치를 심어놓고 군대를 동원한 국가였다'는 지적과 함께 '미완의 혁명으로 기록된 역사로 살펴보며 퇴진 이후의 미래도 함께 봐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모두를 위한 평화는 없다. 누군가는 자신의 평화를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비폭력 프레임을 깬다는 것 자체를 폭력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논리적이고 때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성숙한 이야기들이 나왔고, 걱정과는 반대로 학생들은 '평화'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감을 해주었다.


여전히 학교 속에서 이런 정치와 관련된 말을 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어리다고 학생이라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감시하고 자제시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학생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기엔 생각이 덜 여물었을까?' 단지 학생이라서, 어리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이야기와 정치 참여에서 배제시키는 것 자체가 더 정치적인 행위가 아닐까? 201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건강한 민주주의, 건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이 질문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과 나이 든 노인들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2016년은 그 어느 때보다 아픈 해였다. '묻지 마 살인', '강남역 살인', '일베', '메갈'... 등 '혐오'가 키워드가 2016년이었다. 이어진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 분노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분노가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지만, 사람들은 '정치혐오' 대신 '공감'을 이야기했다. 애들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비민주적인 방법은 빠르고 시원시원한 반면 평화적인 혹은 민주적 방법은 더디고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혐오는 넘어 공감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더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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