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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May 22. 2016

침묵이 미화되는 이 사회는 과연 건강한 것일까?

젠더이슈 | 여성 혐오범죄

"여성 혐오범죄"라는 단어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어떤 사람은 '이제는 때가 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어떤 이들은 이 단어에 대해 불편함을 보인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이 단어가 남-여간 갈등을 가중시키고, '남성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단어를 기피하는 것이 문제의 논점을 흐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나도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아닐까? 이러한 불안감은 단순히 개인의 착각이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여기게 되어온 사회적인 구조에서 온 것이다.


명예살인, 할례, 염산테러, 여아 살해, 마녀 살인 등 개도국에서 벌어지는 여성인권문제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도 최근 10년간 강력범죄의 여성 피해자 비율은 점점 늘고 있다고 하니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여성을 향한 범죄는 나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구축되어온 성차별을 비롯한 많은 여성문제에 있어서 가해자는 남성뿐만이 아니다. 여성들 또한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여성 스스로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기도 한다.


많은 여성들이 강남역으로 나가 추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문제의식 없이 지속되어온 여성에 대한 불평등함과 부조리함에 대한 저항이며, 문제 해결의 위한 시작으로 봐야 한다. 물론 '여혐'에 맞서야 할 단어는 '남혐'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보다 더 안전한 혹은 더 나은 사회 요구'이다.


여성 혐오범죄로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약자에 대한 범죄로 봐야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개인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긴 위해선 문제를 더 세분화하고 자세히 들여봐야 하는데 이는 거꾸로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문제에 있어서 한 가지의 원인만은 있을 수 없다.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  단순히 정신질환으로 인한 '묻지마 범죄'일까? 단언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놈의 미친놈 때문에 지구의 절반인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여론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불편한 발언들이나 상황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침묵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특히 여성문제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침묵이 미화되는 이 사회는 과연 건강한 것일까? 여성문제는 '인권문제'이면서도 사회의 구조나 관습에 의해 발생한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과연 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 자주 논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성평등이라는 이유로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내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김에 다소 적당치 않은 예를 들어보자. 2세기 전, 노예제도가 단순히 흑인들만의 문제였을까? 흑인들만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하려고 했다면 그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끝낼 수 있었을까?  


나는 '여성 혐오'에 맞선 '남성 혐오'가 아닌 '성평등' 혹은 '여성에게 보다 더 나은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한쪽의 목소리가 아니라 모든 목소리가 모아져야 한다. 함께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공감하며 소리 내야 한다.


<개발협력과 젠더이슈> 강의 ppt 갈무리 ⓒDAPLS
보태기 | 경제학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전쟁이나 관습, 여성착취적인 구조로 인해 1억 명 이상의 여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젠더 사이드란 특정 성별자를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로,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지난 10년간 젠더 사이드로 희생당한 여성의 수가 20세기에 일어난 제노사이드의 희생자 수보다 많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포스팅은 오마이뉴스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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