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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Dec 13. 2016

100만 개의 촛불, 100만 개의 이유

그래도 이번엔 끝까지 가자

그래도 이번엔 끝까지 가자. 너는 꽃길만 걸으렴. 사진 | 아끈다랑쉬오름 ⓒ신상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광장에서는 '촛불'이 이어졌다.

탄핵 가결 이후 첫 토요 집회가 있던 지난주 토요일, 한 시간쯤 지각을 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촛불행렬로 버스가 도로 한복판에 멈춰졌다. 여전히 촛불행렬은 거대했다. 도로 한복판에서 뻘쭘하게 대기를 하던 버스 안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버스가 출발했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촛불행렬 마지막 꼬리 부분에 합류했다.

행렬 속에서 자기가 든 촛불을 아주 소중히 들고 있는 작은 꼬마애가 보였다. 행렬은 내리막길로 들어서고 있었고, 앞선 긴 행렬의 모습에 어른들은 감탄사를 뱉으며 연신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아이도 궁금한 듯 힐끔 위를 쳐다보긴 했지만, 아무리 내리막길이어도 주위가 어른들로 둘러싸여 있어 아이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촛불에 집중하며 행렬을 따라가는 아이에게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궁금하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엄마에게도 허락을 받고 아이를 번쩍(마음으로는 번쩍, 현실은 살짝) 들어 올렸다. 아이는 자그마하게 탄성을 내뱉으며 신기해했다.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라고 싶다."

"좋은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아이들에게 정의롭고 올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촛불 바람막이가 되고 싶다"
"더 이상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도록 하겠다"


거리로 나오게 된 사람들은 각자의 자기가 믿고 있는 정의와 양심 따라 촛불을 들었다. 그 믿음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것을 수도 있고, 가족이나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일 수도 있다. 100만 개의 촛불이 모인 만큼 그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당연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그동안의 촛불집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확인해왔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조심씩 양보하며 광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100만 촛불 그리고 100만 개의 이유.

'이런 게 민주주의이구나.' 하면서도 탄핵 가결 이후, 사람들의 자유발언을 들으며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이 같을 수 없는 것처럼 각자가 만들어낸 믿음의 모습은 다양했다. 꿈꾸는 사회의 모습도 다양했고, 새로운 사회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도 너무도 다양했다. 다양함의 모습이 민주주의라면, 이 다양함으로 인한 어지러움과 혼란도 민주주의의 모습이었다.


'탄핵 가결을 광장의 첫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다음은 무엇일까?', '그다음은...?'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고, 우리의 갈 길을 더욱더 멀고 험난해 보였다. '그 아이가 크면 오늘 봤던 그 장면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촛불집회가 끝이 나고서도 그 아이의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래, 이번엔 끝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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