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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Mar 29. 2018

새벽을 시작하는 느린 걸음

치앙마이 여행 03 | 답엘에스 x 씨위드 x 클룩

새벽 4시 잠에서 깼다. 아니, 절로 눈이 떠졌다는 표현이 맞다. 치앙마이에서 두 번의 밤을 보냈지만, 여전히 몸은 한국에 시차에서 머물러 있어서인지 이른 새벽에 절로 눈이 떠졌다.     


잠은 다시 오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 찼다. 이번 여행은 정말 아무 계획도 잡지 않은 것이 컨셉이라면 컨셉이었지만, 한국서부터 노래를 부른 게 딱 3개가 있었다. 무에타이와 태국 요리를 배우는 것과 탁발을 경험하는 것.    

 

라오스의 루앙프라방만큼은 아니지만, 치앙마이에서도 탁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치앙마이에서도 탁발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뿐 언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일단 몸이 부지런을 떠는 방법밖에 없었다.     


밖은 아직 어두웠고, 여기저기서 매서운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 선뜻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다. 뒤척이며 다시 잠을 청했지만, 오히려 정신만 더 말똥 해졌다.     


한참을 더 침대에서 뒤척이다 결국 용기를 내고 밖으로 나섰다. 우리가 머물고 있던 숙소 주위에는 사원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만 나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헛걸음을 방지하기 위해 숙소 근처 치앙마이 게이트 마켓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탁발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새벽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바깥은 한밤 중처럼 어두웠다. 간간이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가긴 했지만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었고 거리는 너무도 조용했다. 새벽시장이 여는 곳이 아니면 어떡하나,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시장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쓸데없는 고민이었음을 알게 됐다.     


칠흑 같은 바깥과 달리 시장 안은 대낮같이 밝았다. 수북이 쌓인 생면의 국수가락과 알록달록 삼색 밥,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곧 치앙마이 식당과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을 유혹할 음식의 재료가 가득했다.     


물건을 준비하는 상인들과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은 고요하지만, 꽤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요한 새벽 시장의 풍경은 낯설었지만, 내겐 특별하게 다가왔다. 고요한 새벽을 분주함으로 살살 달래며 깨우는 듯한 모습이 마치 이 곳의 사람들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했다.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 지도.. (Chiang Mai Gate Market ⓒ이혜령)


시장에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고 6시쯤 되자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의 모습이 한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승려들은 모두 신을 신지 않은 상태였다. 평안함을 버리고 무욕과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한 수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뿐 아니라, (탁발) 수행 중 무심히 지나가다 밟아 살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맨발의 탁발은 무소유의 삶과 낮고 겸손한 자세, 생명 존중 등 많은 것을 상징하는 듯했다.     


'탁발'은 자선에 의존하여 생존을 도모하는 행위로, 집집마다 돌며 신도들에게 음식과 돈 등을 공양 받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동냥과 본질적으로 같지만, 대개 금욕주의의 일환으로써 종교인이나 수행자가 자발적 빈곤을 선택하여 동냥하는 것으로 수행자에게는 중요한 수행의 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보시를 하는 사람에게는 보시하는 공덕을 쌓게 해준다.


올드타운, 치앙마이 ⓒ이혜령

많은 사람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으로 시주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시장에서 시주용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에게 음식을 사서 음식을 올리기도 했다. 나도 이들을 따라 상인에게 시주용 음식을 사서 가까이 있던 스님에게로 갔다. 음식을 스님의 바리대에 넣고, 신발을 벗고 거리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스님이 외우는 불경에 귀를 기울였다. 스님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누군가의 축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져 왔다. 오늘 하루를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매일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는 이들의 삶이 더 알고 싶어 졌다.


Old Town, Chiang Mai ⓒ이혜령

공경의 마음을 담아 음식을 시주하는 사람들과 맨발로 도시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조용히 축복으로 아침을 깨우는 승려들.     


태국의 아침은 매일 그렇게 시작된다.

고요하지만, 모든 이의 축복을 빌며...


탁발 수행에는 아무런 말이 필요 없다. 조용히 발자국 소리만 지나갈 뿐이다. (Old Town, Chiang Mai ⓒ이혜령)


Tip 1. When?
매일 아침 6시부터 한 시간 반 가량
보통 사원의 아침은 4시부터 시작된다. 승려들은 새벽예불과 참선 등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6시가 돼서야 탁발수행을 나선다.
새벽예불에 함께 하고 싶다면, 이른 새벽부터 사원을 대중에게도 개방하는 경우가 있으니 사전에 참석 가능 여부와 사원의 가능한 출입시간을 사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출입시간에 대한 정보는 보통 사원 입구에 적혀 있다.     

Tip 2. Where?
올드타운 거리 곳곳, 치앙마이 대학교 인근 등
사원이 많은 올드타운에서는 길거리 곳곳에서 탁발 수행을 하는 승려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 도이 수텝으로 연결되는 치앙마이 대학교 인근으로 간다면, 많은 승려들의 탁발 행렬을 볼 수 있다.    
 
Tip 3. How?
No 플래시, No 소음!!
탁발수행은 관광코스가 아니다. 그저 볼만한 볼거리가 아닌 이들의 소중한 일상이며, 경건한 수행의 과정이기 때문에 여행자의 순간의 흥분으로 이들의 일상을 깨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한다.
사진을 찍더라도 절대 플래시는 터트리지 말고 멀리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며, 큰소리를 내거나 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행위는 삼가고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도록 하자. 그리고 이들처럼 탁발에 참여해보자.


치앙마이 여행 03 | 답엘에스 x 씨위드 x 클룩
치앙마이 여행이야기를 15회에 걸쳐 클룩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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