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여행 13 | 코끼리 보호구역
‘태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코끼리'다.
태국 코끼리를 창타이라고 불리는데, 창타이는 '라차프륵' (Ratchphruek, 태국의 국화로 영어로는 Golen shower tree라고 한다)과 살라타이(태국의 건축양식)와 더불어 태국을 상징하는 태국의 공식 3대 국가상징물이다. 태국 코끼리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며 국가적으로 신성시하는 동물임과 동시에 수천 년 전부터 전쟁과 운송 수단으로 이용되며 태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왔다.
태국 관광에서도 역시 코끼리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코끼리 서커스, 그림 그리는 코끼리, 코끼리 트레킹 등 관광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코끼리 기념품까지... 코끼리를 이용한 수많은 관광상품이 존재한다.
세계여행을 꿈꾸던 어린 시절, 세계 여행의 한 장면에는 거대한 코끼리 등에 앉아 밀림을 탐험하는 모습이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어느 날 이러한 코끼리 관광이 엄청난 고문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코끼리 관광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실 '코끼리 관광’은 오래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코끼리를 관광용으로 길들이는 과정이 너무나도 잔혹하기 때문이다. 5톤이 넘는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파잔'이란 의식을 행하는데, 이는 야생의 코끼리를 인간에게 복종시키기 위해 행해지는 잔혹한 학대 행위를 의미한다. 아기 코끼리를 좁은 울타리에 가두고 학대를 하는 이 과정 중 50% 정도의 아기 코끼리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인간의 오락을 목적으로 코끼리를 혹사시키는 코끼리 관광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끼리 관광은 성업 중이다. 야생 코끼리를 제외하고 현재 태국에만 관광사업에 동원된 코끼리가 2천 마리가 넘는다. 코끼리 관광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와도 연관된 일이니 해결책 없이 무작정 코끼리 관광을 근절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코끼리 케어 프로그램이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던 코끼리와 진심으로 교감하고, 코끼리를 보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랍니다"
"바로 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보듬어주는 진짜 투어!"
"동물과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는 개념 여행, 지금 떠나볼까요?"
매력적인 카피이긴 하나 결국 상술에 속는 것은 아닐까 하며 반신반의하며 투어를 신청했다.
이른 아침 숙소 앞까지 픽업을 하러 온 차량을 타고 시내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캠프로 이동을 했다. 투어는 10명 이내의 소규모로 진행되는데 스페인, 영국, 터키, 프랑스, 아일랜드 등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한 그룹이 됐다.
차에서 내리자 가이드가 눈대중으로 사람들을 스캔하고 각자 사이즈에 맞는 옷을 나눠줬다. 옷 사이즈가 디테일하지 않아 좀 더 작은 사이즈의 옷을 찾는 사람과 옷 더 큰 사이즈의 옷을 찾는 사람으로 잠시 시끌했지만, 이내 조용해진다. 코끼리를 만나기에 앞서 간단한 주의사항과 프로그램의 일정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데 다들 살짝 긴장하듯 모두가 초집중 모드다.
가이드가 가장 조심해야 할 코끼리를 지목하는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리에 솜털이 슝슝 나있는 아기 코끼리였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이 캠프에 처음 왔을 때 가이드에게 발차기를 날려 "재키"라는 이름을 얻게 될 만큼 발차기가 특기라고 한다. 다시 보니 '재키'가 제왕처럼 캠프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고 있었고, 사람들은 피해서 길을 내어주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매우 간단하다.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놀아주다 코끼리와 산책을 하고, 코끼리 목욕을 도와주는 것이 전부다. 가이드는 틈틈이 시설에 대한 설명과 이곳 코끼리의 사연, 코끼리에 대한 전문지식까지 코끼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준다. 우리가 코끼리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멀지 않은 곳에서 ‘마훗(mahaout)’이라 불리는 코끼리 조련사가 조용히 코끼리를 살핀다.
코끼리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 코끼리가 목욕을 하기 싫어한다면 억지로 시키지도 않는다. 먹이를 주고 산책을 하며 코끼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이지만 충분하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좋다. 코끼리가 나의 흥미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곁을 내주고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모두가 코끼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음은 물론이고, 처음 나의 의심은 지나친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끼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 평균 200㎏의 사탕수수와 열매를 먹는 코끼리 감당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투어 프로그램의 수익 이외의 수익으로 연결될만한 활동은 코끼리 똥을 끓여서 만든 종이로 액자를 만들고 그 액자 안에 기념사진을 넣어 판매하는 것뿐이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추가된다면 더 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더 큰 수익보다 코끼리와의 공존을 선택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태국의 코끼리 관광사업도 변하고 있었다. 코끼리를 타고 밀림을 헤매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개념 여행! 같이 하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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