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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Dec 09. 2018

더 나은 지구를 위한 고민

버드하우스 프로젝트 인 제주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지구환경 보전을 위하여 창작한 다양한 버드 하우스 작품의 전시가 지난 10월 3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 달여간의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버드하우스 프로젝트란?

1993년부터 일본 비영리법인인 버드 하우스 프로젝트에서 지구 환경개선을 위한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지구 환경보전 공간 디자인(버드 하우스)은 새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조화롭게 번영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며, 자연 속에서 인간과 환경과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말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6년 세계 유명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Tadao Ando),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버드하우스 작품 63점을 일본에서 무상 기증받았다.


버드하우스 프로젝트에서 기증받은 작품들을 제주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도 제고하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기증받은 버드하우스 작품 13점과 제주작가 작품, 버드하우스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진행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작품들이 제주 원도심과 ICC에서 전시되었다.


여담이지만 사실 나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왜 이 프로젝트일까?', '이 프로젝트가 과연 환경에 도움이 될까?', '어떻게 전달하면 될까?', '25년 전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울림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꾸만 들었다.


하지만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그 이유와 방법,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의 환경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했고, 시선은 날카로웠고 솔직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이 아니라, 학생들의 작품이 나를 움직였다. 더 나은 지구를 위한 고민의 시간, 더 늦기 전에 그러한 시간을 갖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맑은 하늘, 푸른 바다, 우거진 숲이 우리 삶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방식 그대로 살아간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식탁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이상기후로 인한 폭설과 살인적인 폭염, 우리나라 천일염에서도 발견됐다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 등 지구는 이미 계속해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환경문제는 국경을 초월하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방면의 노력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며,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버드하우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작품을 통해 미래 지구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2008년 이후 버드하우스 프로젝트의 활동 양상이 바뀌면서, 학생들과 시민들의 지구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버드하우스 교육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번 <버드하우스 프로젝트 인 제주>에서의 교육프로그램은 버드하우스 작품 전시회와 연계하여 학생들이 국제적 환경 프로젝트의 참여를 통해 환경 문제에 있어서 국제협력의 중요성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하여 진행되었다.

              

총 9회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서귀포대신중학교 환경 동아리 ‘제주 바람돌이’, 신촌초등학교 환경 동아리 ‘신촌‘s 알쓸신잡’, 서귀포중학교 환경 동아리 ‘푸른 세상 지킴이’, 오현고등학교 ‘애니메이션 창작반’, 세화고등학교 ‘비원 환경동아리’, 함덕고등학교 ‘백파 아르떼’와 제주대학교 1개 팀 등 총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다.    

                        

버드하우스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 환경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어떻게 동참할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환경수업과 더불어 기존의 버드하우스 작품 중 ‘룩 스틸즈’의 <폐 쓰레기를 활용한 버드하우스>와 ‘크리스 랭튼’의 <책을 이용한 버드하우스>를 학생들이 새롭게 재해석하여 직접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전시’를 목표로 하여 작품의 재료로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재료’나 ‘일상에서 쓰임을 다한 버려진 물건’을 활용했다. 수업 전 학생들은 미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여 쓰임을 다한 페트병과 우유팩, 포장재, 잡지 등을 직접 준비하고 왔다. (학생들과 제주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구조물 또한 제주의 자연으로부터 나온 대나무로 만들고, 야외작품 캡션과 좌대도 모두 재활용 나무를 사용했다.)

      

일상에서 버려진 물건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갈수록 짧아져가는 물건의 수명에 대해 생각해보며 소비습관을 점검해보기도 하고, ‘이 집들에 과연 새들이 살 수 있을까?’, ‘나중에 다시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데 굳이 만들어야 하나?’라고 질문을 던지며 어떻게 만드는 것이 더 환경을 위해 쓰일 수 있는지 고민했다.

    

학생들은 버드하우스 작품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쓰레기 자원화의 필요성, 쓰레기가 줄기는커녕 늘어나고만 있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몸이 변형된 거북이와 물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녹아버린 빙하가 쓰레기와 얽혀 있는 모습, 수면 상승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새들에게 플라스틱 뗏목 새집 등을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표현했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뿐 아니라, ‘자연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왜 우리만 편하게 쓰고, 다른 동물들은 힘겹게 쓰지?’라는 물음을 던졌고, 먹이를 찾아 위험한 도로로 나온 새를 위한 안전한 보금자리와 편하고 아름다운 놀이터 버드하우스를 만들어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과의 상생을 고민하고 작품에 녹여냈다.                        

학생들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쓰레기를 모두 없애버리면 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책 없는 해결책 같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내용은 아니다. 과대포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구입하고, 버드하우스 작품을 제작했던 것처럼 버려진 물건에도 새롭게 쓰임을 부여하여 활용한다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방안이었다.


학생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해 생각을 해 볼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자신들이 만든 ‘버드하우스 작품을 통해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나의 소비습관을 돌아보고 점검해야 한다. 우리의 행동, 습관의 변화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늘부터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도 많다. 우선 학생들이 버드하우스 작품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사진 | 권현정, 신상미

홈페이지 | https://birdhousejej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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