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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Mar 18. 2020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그들을 기억하겠습니다.

<킹덤> 시즌 2가 공개됐다. 김은희 작가의 탄탄한 대본, 아름다운 영상미와 역동적인 액션씬으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K-좀비’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와 맞물리면서 공감대는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킹덤> 시즌2가 공개되자마자 신들린 듯 연이어 다음 회 보기를 클릭하며 하룻밤 만에 시즌 2를 완주했다.


“시즌 두 번에 걸쳐서 난 사고는 잊지 말아 주세요."

<킹덤> 시즌 2가 공개 이후 이쪽 일을 하는 동생이 연락이 왔다. 한 달 전쯤, <킹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 동생은 생각했지만,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리지 못했다.


<킹덤> 시즌 1 촬영 당시 미술 스태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로사였다. (킹덤 측에서는 사망 이틀 전부터는 촬영이 없었기 때문에 과로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즌 2에서도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제작 스태프 막내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열악한 제작환경, 장시간 노동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다. 사실 국내 영화나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환경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고 우리는 끊임없이 사고 소식은 들어왔다.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지만 이런 일은 익숙했고 이내 잊어버렸다. 뒤늦게 나의 얄팍한 공감 한 자락이 부끄러웠다. 우리가 익숙해져야 하는 건, 망각이 아니라 잘못된 일에 대해 목소리 내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킹덤>의 배우와 스태프는 '故 고근희 님'을 기억합니다.
In remembrance of Go Geunhee"

<킹덤> 시즌 1 마지막 회에서 촬영 당시 목숨을 잃은 미술 스태프인 고근희 씨의 이름이 언급됐다. 안타까운 죽음 뒤에 애도뿐 아니라, 더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보여야 하지 않을까?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가 누군가의 희생이나 포기로 이뤄낸 게 아니라 만든 모든 사람과 보는 이 모두의 자랑이고 영광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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