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의 고향인 바다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내고 있다. 건강하고 영감에 찬 바다 생태계는 온 세계를 연결하고 죽어가는 것을 살리는 살림의 마법사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깊은 슬픔으로 출렁인다."- 크리스 조던, <바다로부터 온 편지>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죽은 새의 사진, 처음 사진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죽은 새 뱃속을 가득 채운 것은 알록달록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새끼 알바트로스들은 어미새가 가져다주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을 먹고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행동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엔 아무도 원하지 않고 의도하지도 않았던 재앙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섹션 2의 <멀고 가까운 숲>에서 아주 오래된 ‘슈마바 숲’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때, 이 숲이 기후 변화로 인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표현한 <비너스>, 세계에서 10초마다 소비되는 비닐봉지의 추정치와 같다. 5만 개의 비닐봉지로 표현한 <고래>, 이 숫자는 전 세계 해양 1평방 마일마다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의 예상 숫자와 같다.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표현한 <공룡의 귀환>, 이 숫자는 전 세계에서 10초마다 소비되는 비닐봉지의 예상 숫자와 같다. 28,000개의 42갤런들이 석유통으로 표현한 <기름통>. 이 숫자는 미국에서 2분마다 소비되는 석유의 양과 동일하다.
작가는 현대 세계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분명하고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하게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낸다. 수천, 수만 개의 작은 이미지로 구성되어 멀리서 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살피면 어마어마한 숫자로 이뤄진 현대 소비 사회의 초상을 목도하게 된다.
‘우리는 집단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비 행위를 저지르고 있지만, 우리 개개인은 익명의 존재여서 누구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나는 희망이 행동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행동의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희망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한 이후에서야 우리가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 크리스 조던
“저는 단지 이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만약 우리 문화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각자가 끄집어낼 수 있는 도덕성. 우리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품성의 깊이. 이것들은 개인 그리고 국가로서 우리를 이미 규정하고 있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입니다.” - 크리스 조던
기간 | 19.2.22(금)~5.5(일)
장소 | #성곡미술관 (서울 종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