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PLS 이혜령 Jun 20. 2022

평화의 정원

세계 난민의 날

2020년 1월, 방글라데시의 최남단에 위치한 콕스바잘의 로힝가 난민캠프를 방문했다.

로힝가를 처음 알게 된 건 2012년,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20만 명에 이르는 로힝가 사람들이 배를 타고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이후 글쓰기를 통해 로힝가 난민에 대한 상황 알리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난민캠프 방문 후 나 역시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참하고 무기력한 난민’ 어쩌면 우리가 상상한 난민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본 것을 가지고 전부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건 ‘로힝가는 이렇다’, ‘난민은 저렇다’ 몇 가지의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껏 도움을 줘야 하는 ‘연민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지, 우리의 친구, 이웃으로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공부하고 뛰어놀고 어른들은 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삶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난민 문제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시선, 우리의 문제’로 다시금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로힝가 난민캠프
2017년 8월 25일 새벽, 미얀마 군부는 테러 무장단체에 대한 소탕 작전을 시작했다. 작전의 대상이 테러 무장단체라고 밝혔지만, 아동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사실상 로힝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량학살'이었다. 이 작전 이후 74만여 명의 로힝가족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국경 사이에 있는 강을 넘어 콕스바잘로 들어왔다. 수십 년에 걸쳐 수 만 명의 로힝가족은 박해를 피해 같은 길을 택했고, 방글라데시 콕스바잘에만 로힝가 난민이 100만 명이 살고 있다. 로힝가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Rakhine)주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으로 UN은 로힝가족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많은 로힝가 사람들이 미얀마를 떠나 방글라데시와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시선, 우리의 편견은 비단 '난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개발도상국의 이미지에는 일하는 어른이 없다. 굶주린 아이, 일하는 아이 등의 이미지로 소비되며 어른들은 무력하고 무책임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원인이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능함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미디어 혹은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반영된 편협한 모습이 아닐까?


2020년 <나와 아시아>, <우리의 아시아>라는 제목으로 2010년에서 2020년까지 방글라데시와 인도, 네팔 등 남아시아 지역을 오가며 담아온 기록으로 전시를 열었다. 이 10여 년간의 기록은 낯선 이방인에서 이웃, 친구, 가족이 되었던 과정을 담았다. 현재 7월 31일까지 제주 중문에 위치한 국제평화센터에서 <우리가 함께 꿈꾸는 평화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함께 꿈꾸는 평화의 정원> 전시는 어린이날 100회를 기념하여 마련된 특별기획 전시로, 어린이의 시선에 맞춰 현유정(애니메이션), 김알(일러스트레이터), 김유한(설치), 답엘에스(사진) 4팀이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평화의 정원> 답엘에스 이야기

우리에게 익숙했던 아시아를 넘어 낯설지만 새로운 아시아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함께 여행하는 듯한 설렘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난민 문제와 개발 문제 등 우리가 무관심했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고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거예요. 함께 지구촌을 살아가는 세계시민으로서 나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씩 그들을 만나다 보면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이웃집의 친구처럼 느껴지게 될 거예요. 일상 속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아요. 평화는 ‘우리’의 범위를 넓혀 나갈 때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요?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우리가 함께 꿈꾸는 평화의 정원>

기간 | 2022.05.05~07.31
오프닝 | 5월 5일 오전 11시
장소 | 제주국제평화센터 1층 기획전시실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227-24)
작가 | 현유정, 김알, 김유한, 답엘에스
주최ㆍ주관 | 제주국제평화센터, (사)색동회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



매거진의 이전글 불편한 장치 속 친절한 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