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케랄라, 코치 |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하여
7년 만에 다시 찾은 도시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고요함은 골목에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와 식당이 부쩍 늘었고, 숙박비와 카페 가격도 꽤 올라 변화가 피부로 와닿았다. 비엔날레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세계적인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보였다. 비엔날레는 많은 사람과 자본을 끌어들이며 도시에 활기와 기회를 가져왔다. 하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과 상업화도 뒤따랐다.
한적한 골목길, 비교적 저렴했던 물가, 예전의 소박한 풍경을 떠올리며 온 우리는 솔직히 아쉬웠다. 그래서 머무는 내내 “변했다”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7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여전히 그대로인 장면들도 있었다. 많이 지워지고 흐릿해졌지만, 예전의 벽화도 그 자리에 남아 있었고, 오래된 건물도 예전의 분위기가 묻어났다. 다시 찾은, 예전에 머물렀던 숙소의 주인은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한마디 인사가 시간의 간극을 좁혀 주었다. 모든 것이 달라진 듯 보였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변화 속에서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었고, 그렇게 변화와 지속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도시가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대로 남아 있지 않다고, 은근히 투덜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온 세상이 다 변하는데 이곳만은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여행자의 욕심이 아닐까. 도시는 여행자의 추억을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특히 관광과 문화 행사가 결합된 도시라면 변화의 속도는 더 빠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해 숙소와 카페가 늘어나고, 교통과 서비스가 정비된다. 그 덕분에 여행은 편리해지지만, 예전의 소박함은 점차 옅어진다.
여행자는 종종 모순된 바람을 품는다.
내가 머물던 곳이 예전 그대로이길 바라면서도, 깨끗한 숙소와 안정적인 와이파이, 위생적인 먹거리를 원한다. 불편은 최소화되기를 바라면서, 풍경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셈이다. 하지만 도시는 그렇게 선택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편의는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고, 그 변화는 다시 도시의 분위기를 바꾼다. 추억의 여행지가 변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것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기대가 될 때에는 여행자의 욕심이 된다.
이 모순을 인정하는 순간, 여행의 태도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변화 자체를 비난하기보다는 내가 누리고 있는 편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장소의 결을 발견하려 노력하는 것. 여행은 결국 완벽한 보존 과거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변화의 한가운데를 잠시 통과하는 경험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