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10/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Scan 241.jpeg




수건을 너무 계산 없이 썼다. 빨아야지 하면서 며칠 미뤘더니 남은 수건이 하나도 없다. 설상가상 날씨는 며칠째 꿉꿉해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 그나마 생존(?)해있던 샤워타월 하나로 그 며칠을 버텼다. 이제 하루 정도만 더 널어놓으면 뽀송뽀송해지겠지. 그럼 잘 개켜서 아코디언처럼 들어 올린 뒤 화장실 선반에 쏙 집어넣겠지. 그럼 화장실을 갈 때마다 든든하겠지. 미리 준비가 되어있는 것은 기분 좋은 일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귀찮음에 일을 미루면서 누리는 빈둥거림의 행복감 게이지는 필요한 게 착착 준비된 상황을 맞이하는 것보다 높지 않다. (아주 낮다는 건 아니다. 빈둥거리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리 해놓는 것보다 미루는 것을 택한다. 딱히 스릴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룬다. 당장은 미루고 나중에 울고 싶을 만큼 후회하는 것과 나중의 편안함을 위해 지금 귀차니즘과 혈투를 벌이는 것. 미루는 것과 나중의 편안함은 왜 한 세트가 될 수 없는가.

어릴 때 엄마께 자주 들은 잔소리 중 하나가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였는데, 따로 있는 게 우주의 법칙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등에서 철썩 소리가 난 것 같다.







http://www.instagram.com/daralogu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