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65 days of drawing
머리로는 정말 잘할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영 재주가 없는 일이 몇 가지 있다. 기타가 그랬고, 사진이 그랬다. 사진을 잘 찍는 것에 대한 관심과 욕심은 늘 있었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어서 그런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것만큼이나 사진도 잘 찍고 싶었다. 그리고 무조건 자동 모드에 맡기기보다 내가 직접 조리개 값과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며 '사진 좀 찍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드르륵드르륵 수치를 맞춰 원하는 사진을 얻어내는 것은 마치 주차권을 입에 물고 한 손으로 후진을 하는 것처럼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동'에 의존하는 것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만 같아서 왠지 반항(?)하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 관심도 많고 의욕도 넘치니 나는 내가 꽤 잘할 줄 알고 중고 DSLR을 장만한 적이 있었다. 온갖 있는 척은 다하며 조리개 값과 셔터스피드를 맞춰가며 찍은 결과물들은 참 처참했다. 심지어 시력이 떨어지는 눈에 맞춰 사진을 찍는 바람에 초점이 안 맞는 사진도 여럿 있었다. 과한 후보정이 필수였다. 몇 번의 짧고 긴 여행길을 함께했지만 폰카 사진이 훨 좋았다. 내가 생각만큼 사진에 감각이 있는 게 아니었구나 깨달았다. 그림에 대한 마음과 비교해보면 사진에 대한 열정이 생각보다 그리 크거나 깊지 않은 것도 알 수 있다.
결국 중고 DSLR을 팔고 미러리스 카메라를 장만했다. (열정이 그리 크거나 깊지 않은 거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단렌즈를 끼우고 똑딱이처럼 쓰는 미러리스 카메라. 폰카처럼 쉽게 찍고 폰카보다 더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카메라빨과 단렌즈빨에 슬쩍 묻어가면 된다. 뭘 그리 유난을 떨었나 싶다. 알아서 해준다는 건 이렇게 편리한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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