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187/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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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전제품 특히 부엌 가전제품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다. 필요한 것이 생기면 최저가들만 모여있는 풀장에 잠깐 들어가서 디자인이 딱히 거슬리지 않는 녀석의 손을 붙잡고 얼른 뛰쳐나오곤 한다. 이 전자레인지도 그런 식으로 샀다. 시간을 볼 수 있는 액정이 있는 녀석과 몇 만 원 차이가 나길래, 그 까이꺼 대충~ '적당히' 데우는 거지 하면서 애들 장난감처럼 생긴 전자레인지를 별 의심도 없이 장바구니에 담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4년째 쓰고 있는 전자레인지는 고장도 없고 제 할 일도 잘 해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서야 시간이 해도 해도 너무하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분 정도 돌려야 하는 컵라면을 넣고 전자레인지를 돌렸는데, 듣고 있던 음악이 세 곡째 되도록 전자레인지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인스턴트 음식들을 오버 쿠킹(?)해서 먹었단 말인가. 전자레인지가 멈추면 '아 4분이 지났구나'하고 철썩 같이 믿었던, 시간 감각이 마이너스에 가까운 내가 우습고도 부끄러웠다. 그래도 다른 기능은 멀쩡하기에 그냥 핸드폰 타이머를 맞추면서 전자레인지를 지금까지 써왔다.

자, 두 번째 '그런데'. (두둥!) 오늘에서야 내가 보고 맞추던 숫자가 '시간'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시간을 맞추는 다이얼에 표시된 1분부터 35분까지의 눈금 사이사이에 100, 200 등의 숫자가 있는데, (아마도 '해동'에 대한 단위인 것 같다. '이깟 전자레인지에 무슨' 하면서 설명서를 읽지도 않고 버렸다.) 나는 그것을 1:00, 2:00 이렇게 시간으로 봤던 것이다. 그러면서 1:00, 2:00, 3:00은 간격이 똑같은데 4:00부터는 왜 이리 떨어져 있지 했다. 그걸 의심할 시간에 1:00과 2:00 사이에 적힌 숫자 3, 4는 왜 의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지만.

전자레인지는 잘도 돌아간다. 고장 났던 건 내 눈과 내 머리였다. 이런 일이 자꾸 생겨서 '기계는 실수 안 해요, 사람이 하지'라는 말을 신봉하게 되는 현실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심심한 사과를 전자레인지에게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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