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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한구석에서 발견된 양파망 속 양파는 많이 자라(?) 있었다. 내가 뭐 해준 것도 하나 없고 그냥 내버려두기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자랐다는 게 어쩐지 경이롭고 꽤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엄마 아빠가 하시던 가게를 팔게 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내놓은 지 몇 년이 되었지만 탐하는 이가 전혀 없어 포기하고 있던 터라 막상 일이 닥치니 싱숭생숭해졌다. 엄마 아빠는 은퇴할 나이가 되었는데, 딸내미는 자리 잡는 시늉도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현실. 내가 편하게 지내려고 애써 모른척해왔던 '미안함'이 울컥하고 올라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엄마와는 이런저런 얘기를 잘 나누곤 하니까 상황에 대해 내가 묻기도 편하고 답도 들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인데, 아빠한테는 묻기도 쉽지 않고 듣기도 쉽지 않았다. 아빠는 과거는 나눠도 현재와 미래를 자식들과는 나누지 않는 사람이니까. 딸은 면목도 없는데 넉살도 없어 안부를 묻는 것조차 힘이 든다.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시나리오를 써보다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만만한 날씨 얘기를 한참 하다가 '가게 나갔다면서'하고 툭 뱉었다. '뭐, 그렇게 될 것 같다' 처음 듣는 아빠의 목소리톤.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울지 모르겠지만 내 걱정은 말고 아빠 하고 싶은 대로 계획을 세우시라니까 '와, 요즘 쫌 잘 나가나 보지?' 하신다. 웃음이 나서 눈물이 고였다. '좀 쉬려고'라는 아빠의 계획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걱정 많은 사람이 이제 어쩌나 싶어 무리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그 딸에 그 아빠(?) 답게 아빠를 먼저 생각한 그 계획이 나는 너무 좋았다. 나만이 아니라 내 동생만이 아니라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까지도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하는구나 라는 걸 삼십여 년만에 깨달은 날. 이 양파 같은 가족 같으니라고.
p.s 라벨 테이프가 모자란 줄도 모르고 찍다보니 위와 같이 나와버렸네요. 갖고 있던 라벨테이프도 다 써버려 새로 찍지도 못했습니다. OGUE가 한 자리에 찍힌 오늘의 라벨, 그저 재밌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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