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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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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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떨어졌다. 커피 하나 때문에 마트에 가는 건 너무 귀찮아서 다음 장을 보러 갈 때까지 좀 참아보기로 했다. '이러다 영 생각이 안 나서 아예 끊을 수도 있음 더 좋고'라는 마음도 살짝 있었다. 그래도 몇 년 동안 하루에 두 번 이상씩 꼬박꼬박 챙겨마시던 커피를 당장에 못 마시게 되었는데, 견디기가 그리 가뿐하지만은 않았다. 하루 종일 멍하고, 커피를 타마시던 시간에 마땅히 할 게 없어 우물쭈물 댔다.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달달한 맛을 느낄 데가 없으니 자꾸 단팥이 든 떡이나 약과에 손이 갔다. 결국 참다 참다 커피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 마시자는 생각이 들었다. 홍차 티백도 있고 우유도 있겠다, 밀크티를 해 먹으면 되겠군 싶었다. 홍차를 진하게 우려내고, 데운 우유를 조금 부으니 색깔은 영락없이 인스턴트커피다. 이 정도면 뇌속임(?)할만 하지 않을까. 한 모금 마시니 맛이 밍밍하다. (참, 설탕도 떨어졌다.) 이 순간 '커피 못 마시는 것도 서러운데 밀크티라도 좀 맛있게 마시자!'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냐면, 패키지가 너무 예뻐서 언젠가 수집해놓았던 설탕을 뜯어버렸다. 출처도 시기도 알 수 없는 이 설탕을...


밀크티를 맛있게 마시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쩐지 허탈하다. 카페인 중독에, 설탕 중독에,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고 내가 한 짓이 너덜너덜하게 남아있는 걸 보고 있자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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