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65 days of drawing
자취를 시작한 이래로 침구는 모두 엄마가 사서 보내주시는 걸로 썼다.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엄마의 주문과 결제는 언제나 내가 모르게 이루어졌고, 나 또한 내 취향이 아닌 침구라 하더라도 잘만 깔고 덮고 자는 스타일(정확히는 돈을 굳힐 수 있다면 침구 취향쯤은 충분히 내려놓을 수 있는 스타일)이라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이번에도 갑작스럽게 '이불 하나 보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며칠 뒤 실물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이불은... 펼치다가 웃음이 났다. 내 방과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빵 터진 채로 인증샷을 보냈는데, 엄마가 오히려 심각해졌다. 새하얀 프레임이 있는 유럽풍 침대에 깔아놓은 것만 보고 예뻐서 주문했는데, 매트리스만 덜렁 있는 내 방은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서 잘 쓰겠다고 했는데, 며칠 뒤 또 다른 택배가 도착했다. 침구 가방이 두 개나 들었다. 투명한 케이스에 비치는 부분만 봐도 엄마가 심기일전해서 보내셨다는 느낌이 팍 왔다. 그리고 이번 이불은 완전 내 취향일 것 같다는 느낌도 팍 왔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그 며칠 사이 저 이불이 침대 위에 눌러앉아버렸고 나는 이불 바꿔 까는 게 세상 귀찮으니 말이다. 내 취향은 돈에도 지고, 귀차니즘에도 진다. 이래 가지고 '취향'이라고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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