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

212/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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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자취한 세월이 몇인데, 웬만한 일들은 웬만하게 해결하는 나도 멘붕에 허우적대게 만드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휴지로 잡기 힘든 큰 벌레가 나타났을 때, 또 다른 하나는 돌려 여는 뚜껑이 안 열릴 때이다. 벌레에 대해서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니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고. 뚜껑 안 열리는 것만큼 사람을 미치게 하는 일이 없다. 채소를 다 볶았는데 파스타 소스 뚜껑이 안 열릴 때, 빵이 다 구워졌는데 잼 뚜껑이 안 열릴 때, 덥고 목마른데 생수병 뚜껑이 안 열릴 때, 한창 그림 그리고 있는데 물감 뚜껑이 안 열릴 때, 새로 개시한 잉크 뚜껑이 안 열릴 때. 부탁할 사람도 없이 혼자 낑낑대고 있자면 아플 때보다 더 서럽다. 파스타 소스나 잼 같은 유리병의 뚜껑은 가스불로 살살 온도를 높이면 대체로 해결할 수 있는데, 페트병이나 물감 튜브, 잉크병 등은 정말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타월을 감싸 보기도 하고 별의 별짓을 다 해보다 최근에 '고무장갑'의 위대함을 맛봤다. 그렇게 애써봐도 꿈쩍도 않던 뚜껑이 고무장갑을 끼고 살짝 힘을 주는데 픽 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아이언맨 슈트 팔을 장착한 토니 스타크가 이런 기분일까. 오른손에 태화 고무장갑 라지(?)를 끼고 괜히 로다주처럼 들어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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