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를 펄럭이며

250여/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계획한 대로 착실하게 했더라면 이미 365/365 days of drawing을 끝내고도 한참은 지났어야 할 지금,

업데이트는 9월, 그림과 글은 6월에 머물러 있는 이 민망한 프로젝트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개학을 며칠 앞두고 방학숙제를 하나도 안 했을 때처럼 늘 마음이 찜찜하고 책임감에 불타올랐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 점점 지나니까 문득문득 생각날 때만 찝찝할 뿐, 마치 다이어트나 영어공부를 다음으로 미루듯 가뿐히 넘기고 지낼 수 있게 되더군요.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실행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이야, 방구야 싶은 소리를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미뤄왔던 이 프로젝트에

저는 이만 백기를 들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것을 정리하고, 365/365 days of drawing 프로젝트의 문을 닫을까 합니다.


하나, 드로잉을 하고 글을 쓰는 행위는 내 속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효과가 있었다.

사물을 관찰하며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마음이 비워지기도 하고, 제대로 바라보기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소소하고 사소한 특성(나만이 느끼는)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 저는 좋았습니다. 그림은 있는 사물을 보고 그렸지만, 그때그때의 제가 처한 상황과 심정을 투영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은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시켜주는 신기한 녀석이었고요.


둘, 365는 굉장히 큰 숫자다.

365일이라는 날짜도, 365장의 종이도, 생각하기엔 '애걔?'싶었는데, 막상 맞닥뜨려보니 엄청난 숫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365일조차 못 해내다니!'가 아니라 '365일이나' 무언가 한다는 것이 아주 경이로운 일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세수, 양치, 밥 먹는 것마저도 말입니다.


포기 선언하러 와서 거 말 되게 많네 싶으시겠지만,

전 지금 부끄러움이나 민망함은 요리 위에 뿌린 후추나 파슬리 정도만큼만 있을 뿐

그저 해방감에 신이 나있는 상태라서요.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더니, 실로 그러합니다)


아래는 그동안 올리지 못한 드로잉들을 모아봤습니다.

건너뛴 날짜에 비해 개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만 재밌게 봐주시길 바라며.






Scan 677.jpeg 내내 '저장'만 되어있던 맥스포스 셀렉트 이지겔. 써놓았던 글은 이제 보니 너무 횡설수설이라 전부 드래그해서 지워버렸다.




Scan 686.jpeg 7월에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작가로 참여. 당시 행사를 마치고 벅찬 마음을 표현하려고 이렇게 그림까지 그렸건만... (뒷말은 생략)



Scan 683.jpeg 9월에는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을 정도로 갑자기 허니버터칩에 꽂혀서는 1일1봉을 하며 보냈다.



Scan 684.jpeg 악마의 잼에 손을 대기도 했다.




Scan 685.jpeg 그러다 정신차리고 건강한 (것으로 믿는) 간식을 찾았다.





Scan 687.jpeg 직장생활 비슷한(?) 것을 시작했다. 펜과 종이만 있어서 채색은 다음으로 미뤘는데, 그땐 미처 몰랐다. '다음'이 없다는 걸...



Scan 688.jpeg 다들 손풍기를 들고 다닐 때에도 꿋꿋이 부채를, 그것도 2015년에 공짜로 얻은 부채를 들고 다녔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어? 겨울이네.
Scan 689.jpeg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맞는 미니멀리즘을 찾을 수 있었다. 꼭꼭 씹어 잘 읽은 뒤 책장 비울 때 고이 보냈다. 그래도 언젠가 또 만나고 싶은 책.




Scan 690.jpeg 그물메모판에 쓰려고 집게를 엄청 사왔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돈만 쓰고 집게는 못 썼더라는 웃픈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다.




Scan 691.jpeg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지키려고 꼬박꼬박 선글라스를 쓰면서도 눈을 혹사시키는 생활은 바꾸지 않는 내가 한없이 어리석게 느껴졌던 날이 있었다.



Scan 692.jpeg 버스정류장 벤치에 곱게 놓여있던 카드와 민증. 그냥 지나치기 그래서 구청과 은행 문을 두드렸는데, 오히려 반응이 시큰둥해서 당황. 그냥 둘 걸 그랬나 싶어지는 게 씁쓸했다.



Scan 693.jpeg 직장생활 비슷한 걸 하고 있는 사무실 전화. 상사분이 전화 받을 때 멘트를 알려주셨는데, 멘트가 너무 길어서 정작 본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내 심정이란...











앞으로 책임감 없이 거창함 없이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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