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예술가의 고백 Vol.4
즐겁게 하던 인스타그램이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세상과의 모든 네트워킹이) 갑자기 고통으로 다가왔다.
나만 빼고 모두가 잘 살고 열심히 살고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들...
나도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뭐든 보여주긴 줘야 하는데...
새로운 작업은커녕 아무 의미 없는 사진들을 돌려막기하며
업데이트를 위한 업데이트를 했다. 그마저도 오래가진 못했다.
이게 뭐지? 나 지금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아무 소식 없는 날들이 이어지면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던
엄마의 걱정 가득한 전화를 받아야 했다.
'지금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냐.'
그때 엄마를 포함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게 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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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돌이켜보면 '심각했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건 기존의 가라앉은 기분이나 걱정이 많은 상태, 지침, 늘어짐 같은 게 아니었다.
뇌 안에서 무언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이러지 싶어 지는 정도의 이상 상태가 계속되었다.
당시에 하던, 하루 몇 시간 일하는 공공근로를 빼면 집에 와서 잠만 잤다.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고, 이유 없이 울었다.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날카로운 말이 엄마에게 나갔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려 할 때마다 뛰길래
'아니 내가 그림을 이렇게 좋아한단 말이야?' 하는 웃픈 오해를 했다.
그것은 설렘이 아니라 공포였다. 그림을 그려야겠다 하고 자리에 앉으면
심장이 이러다 어떻게 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쿵쾅쿵쾅 뛰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쿵쾅쿵쾅쿵쾅 뛰었다.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빠르게 뛰는 심장 때문에 깨서 제발 잦아들어라 빌며
어두컴컴한 방에 우두커니 앉아있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세상에서 그냥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이렇게 이상하게 널뛰니까, 오히려 죽을까 봐 공포스러워졌다.
포털 검색창 검색기록은 신경정신과 상담, 우울증 자가진단, 심장 두근거림, 공황 장애,
부정맥, 심장 검사 등으로 채워졌지만 병원에 가보진 못했다.
알게 되는 게 모르는 것보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플러스,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나가게 될 병원비도 두려웠고.
일단 심장을 뛰게 하는(?) 요소들을 다 지웠다.
인스타그램 앱을 지우고, 카카오톡은 찾아보기 힘들게 숨겼다.
주변에 우울감을 전염시키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괜찮은 척할 힘도 더 이상 남지 않아
모든 만남과 연락을 끊었다. 사실상 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집주인 아주머니 사이에 이루어지는 돈거래만이
나라는 사람이 살아있는 증거가 될 정도로 혼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