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65 days of drawing
어릴 때는 바나나 껍질을 끝부터 깠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둥에서부터 깐다. 기둥을 잡고 힘을 줄 때 알맹이가 일그러지는 게 싫었었는데, 이제는 끝부분에서 까기 시작할 때 손톱 사이에 때(?)가 끼는걸 더 싫어하는 것 같다. (나이 들어서 그런가.) 라면은 늘 건더기 수프부터 넣고, 붕어빵은 늘 머리부터 먹는다. 귤껍질은 의식하고 깐 적이 없는데 나중에 모아 보면 늘 연꽃(?) 퍼지듯 까져 있더라. 샤워할 때 비누칠은 늘 왼팔부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행동 패턴을 발견하는 건 꽤 즐겁다. 너무 중구난방으로 살아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도통 모르겠다 싶을 때가 많은데, 이런 패턴을 발견할 때면 나를 가리키는 확실한(?) 정보를 하나씩 얻는 것 같아 은근 신이 난다.
그림을 그리기 전, 바나나를 연달아 세 개를 먹었는데 남은 껍데기들 모양이 똑같다. 만약 나중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현장에서 바나나는 절대 먹지 말아야겠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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