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성이 Jun 12. 2022

차마 허물어지지 못한

마음에 남을 그곳


한참을 찾지 않는 곳

그러나

잊히지 않는 곳


태어나고 자란 곳

유년의 기억이 스며든 곳


찬란한 햇살을 등에 업고

부푼 마음을 이마에 얹고

서울을 떠났다.


언젠가 들러보리라 맛보리라 다짐했던

산속의 친구들 식당에서

정성 가득한 밥상으로

도시에서의 허기를 채웠다.


음식과 인생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깊어진다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

표정과 음성이 맑은 사장님의 모습이

마치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이들을 반겨주는 듯했다.

더덕을 3번 덖어 우린 웰컴차


천연 그대로의 날것의 향과 맛으로

배를 든든히 채워서일까?


느닷없이 함백산 등산을 감행했다.

다행히 태백선수촌 근처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해 정상까지 그리 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발 1592m로 남한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라 엄청 가파른 숲길을 올랐다.


급작스런. 등산으로 원피스를 입은 채 30~40분 오르막길 산행길

중간에 도로 내려갈까?

도중에 조금 쉬어갈까?

끝없는 유혹이 반복적으로

산행을 방해했지만

결국,

정상에 서서

넘실거리는 장엄한 산줄기에 기대고

장대한 하늘의 너른 품에 안기고 말았다.


5월부터 시작한 등산

태백산 - 지리산 - 함백산

일단 10대 산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산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쓰기로 잠시 미루고,




어릴 적 다니던 성당이 몇 해 전에

불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담한 현장을 마주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미루다 이제야 찾게 되었다.

남아 있는 벽체와 종탑 사이로 해가 넘어간다



모두가 떠나 버린 그곳을 지키고 있던 성당

21.1.1 원인모를 화재로 불타 현재는 종탑과 벽체만이 남아 있었다.

공교롭게도 성당을 함께 다녔던 친구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 성당이 불탔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그때,

친구의 발인과 성당의 화재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날아들었다.


성당 유치원을 다니고, 중학교 시절부터 다녔던 성당이었다.

어린 나에게 계단 너머 성당 건물은 웅장했고 그 웅장함에 늘 압도되었다.


그곳의 모두가 떠나고, 허물어지더라도 영원히 남을 것으로 의심치 않았던 성당이 허물어졌다.

그러나, 완벽한 허물어짐은 결코 아니었다.

무너진 채로 그곳과 사람들을 바라보고 지켜보고 있었다.

몇 년 전, 마카오 여행에서 본 성 바울 성당이 떠올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마카오의 랜드마크 성 바울 성당도 2번의 화재로 본체만 남았는데 그 모습과 너무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시간의 흔적으로 남은 성당의 모습을 담고

고향을 다시 떠나왔다.


고향이 마음의 안식처라기보다는

이제는 아물어가는 상처인 듯하다.


간혹 살아가다 상처를 들여다보면

다시 아프기도 하고,

많이 아물었다 싶기도 한



작가의 이전글 봄꽃 그림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