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떠나야만 하는 내 마음의 소리보다 떠나기 힘들고, 떠나지 못할, 떠나면 안 될 무언의 함성이 더 크다.
그 무언의 함성을 뒤로하고,
23년 7월,
스페인으로 무작정 떠났다.
혼자의 홀가분한 자유를 느끼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혼자라 불안하고,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떠나고 싶었기에 답을 찾았는데 정답은 나 홀로 패키지여행에 동행하는 것이었다.
31명의 일행 속에서 일행 없이 혼자 떠난 사람은 나 포함 3명(모두 여성)이었고,
나는 8박 9일 동안 혼자 숙소를 이용한 유일한 여행객이었다.
바르셀로나 - 발렌시아 - 그라나다 - 론다 - 세비야 - 리스본 - 신트라 - 파티마 - 톨레도 - 마드리드
스페인, 포르투갈의 도시를 스치듯 지나온 여행이었지만,
세비야에서는 잃어버린 세례명을 다시 찾았고
마드리드에서는 소매치기와 대치 끝에 지갑을 되찾는!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는 본인을 산티아고 순례길 전문 가이드라고 소개했다.
여행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언젠가 꼭 도전해 보시라면서!
나 홀로 패키지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음에 감사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 저 밑에 숨겨놓고 여행을 마쳤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음속에 점찍어 두고 있을 때
선물처럼 우연히 만나게 된 책 [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무조건 떠나라!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지기 전에
2022년 가을, 퇴직 후 오랜 소망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떠났고, 35일 동안의 달콤 쌉쌀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순례길의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매일 낯선 곳을 걷는 순례길의 여정이 날 것의 모습 그대로 펼쳐져 있다.
먹고 씻고 자는 일이 당연한 일이지만, 길 떠나는 여행객에게는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일이다.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직접 먹고 자고 걸으면서 체험한 살아있는 팁들이 페이지마다 알차게 들어있고, 작가의 유머는 고명처럼 곳곳에 뿌려져 있다.
전문 가이드가 아닌 일반인의 첫 도전을 담은 글이라 예상치 못한 순간들과 예기치 못한 장면들에 잠시 흠칫 놀랐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 자체도 순례길의 여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여행기이지만, 여행 안내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
직접 걸었던 경로와 일정대로 이동하면서의 여정을 촘촘히 기록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여행 중에 만난 이들과의 교감과 소통은 유쾌하고, (북마크 주인공이 누가 될까? 궁금해하면서 읽음)
두고두고 추억거리가 될 여행 중 에피소드들이 책을 읽는 내내 귓가에 소곤거렸다.
이 순례길 여정을 마친 후 걷기의 순수한 매력과 여행의 진정한 멋을 아는 여행가로서 다시 태어나신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사람은 더할 나위 없거니와 풀 한 포기, 돌 하나까지, 그 길 위에 있기까지의 무수한 낮과 밤을 견뎌낸 것들과 마주칠 수 있어서 나 역시 걷기를 즐겨한다.
어딘가로, 언젠가는 떠나게 될 여행의 꿈을 품고 사는 일도 꽤나 행복한 일이다.
여행은 출발을 꿈꾸게 되는 일부터 시작된다.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