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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Nov 25. 2015

끝까지 살아남기


흔히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시간이 없고 돈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니, 시간이 있고 돈이 없는 지금이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일정한 직업을 가졌던 때엔 그래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는 있었으니 괜찮았지만, 지금은 당장의 먹고 살 문제가 막막하다 보니 괜한 조급함에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 든다.

아침엔 무기력감과 우울이 찾아왔었다. 글을 쓰건 인생을 살아가건 가장 두려운 건,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이 꼭 그랬다. 이제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힘이 쪽 빠졌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계속 우울에 빠져 있다가 문득, 그런 말이 떠올랐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어딘가 TV에서 들었던 말이 아침에 딱 생각이 나더라.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얼마 전, 바르셀로나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에 관한 원고를 작성했었다. 가우디는 어릴 때 병약하게 태어났다고 한다. 그런 가우디에게, 가우디의 어머니는 정신적 지주였다. 그의 어머니는 가우디가 비록 병약하지만 좀 더 강하게 크길 바랐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늘 그를 격려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약한 몸으로나마 살아있다는 건 분명 하나님께서 뜻하신 바가 있다는 것, 그 뜻을 이루려면 병마와 싸워 이겨야 한단다.



"살아남아라. 그래야 너를 향한 신의 계획을 알 수 있단다." 그런 어머니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은 가우디에게 큰 힘이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그는 병들고 지칠 때마다 어머니의 말을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 '내가 아직도 살아있는 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병마를 견디고 이겨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 갔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열심히 살아낸 그는 비록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거리 곳곳에 세워진 그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그의 삶을 증명해주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어머니의 격려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우디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다." 내가 강하지 않아서 포기하면 결국 나는 강하지 않은 자로 순응하며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고 견디다 보면 결국 내가 가장 강한 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자, 아무 것도 안 하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으면 뭐하나, 이럴 시간에 움직여야지 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그러니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던 시간이었는데 뭔가를 찾고 움직이게 되더라.





삶이 너무 지치고 힘겨워 넘어질 때가 있다. 작은 일에서부터 큰 일까지, 나에게 닥친 불운의 사건들은 나를 마구 흔들어 놓는다. 내 힘으론 어쩔 수 없는 그런 시간들. 그런 시간이 오면 그저 묵묵히 견디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에겐 세상에서 각자 해야 할 소명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절대 거저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끝까지 견디고 살아남아 걷고 또 걷다 보면 결국은 도착할 것이다. 반드시.


그러니 무기력한 시간이 찾아오면 그저 앉아있기보다는 그 시간에 글을 쓰고 노래를 듣고 책을 읽어보자. 잠깐의 산책이라도 좋다. 그런 시간은 아마 우리의 짧은 인생에서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이왕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면 그저 무력하게 앉아있기보다는 좀 더 나를 개발하는 그런 시간이 되기를. 그리고 그 시간들을 잘 지내고 있다 스스로를 믿어주기를. 그렇게 나 자신을 응원하며 끝까지 걷고 걷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 환하게 웃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신이 그렇게 힘들게
너를 세상에 나오게 한 것은
네가 분명 특별히 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가우디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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