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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람 Aug 31. 2021

ESFJ 부부의 이야기

사교적인 외교관 커플

남편과 나의 성격 유형은   '사교적인 외교관'으로 알려진 ESFJ 해당한다. 이 유형은 타인의 감정을 잘 배려하는 편, 막상 타인이 듣기에 어려워하는 말은 보통 생략하는 편, 사회성이 풍부하고 정이 많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문득 ESFJ 성향의 조합이 결혼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교적인 외교관'이라는 별명에서처럼 우리 부부는 실제로 각 집안의 외교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나라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유지되도록 역할을 하듯이 나는 우리 집안의 대표, 남편은 남편 집안의 대표로 적어도 집안 사이에 좋지 않은 인상은 남기지 않게 알게 모르게 노력해오고 있던 것이다.


로맨스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에서도 몇몇 출연자가 이혼 사유로 꼽았듯이 집안 문제가 부부간의 큰 다툼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제각각 다르듯이 집안마다 그 분위기나 가치관이 다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부부가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남편에게도 종종 말하지만, 나와 남편 집안의 관계는 남편이 하기 나름에 달려있고 남편과 우리 집안의 관계는 내가 하기 나름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두 집안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일은 남편과 나의 선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나의 경우 이런 외교관스러운(?) 모습은 연애 때부터 이어져온 것 같다. 남편이 될지도 모를 남자친구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에 남자친구와 다툰 일화를 시시콜콜 엄마한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지 않길 잘한 것 같다. 주로 감정적인 이유로 다투기도 했고 우리 엄마는 당연히 딸의 편에서 생각해줄 텐데 내가 괜히 남자친구에 대한 ‘비호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장모는 사위가 당신의 딸을 잘 챙겨주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사위에게 호감을 가질 테지만 나의 역할로도 사위와 장모의 관계를 더 좋게 할 수도 있다. 가령 엄마의 생일날 '나는 깜빡 잊고 있었는데 남편이 기억하고 있더라' 혹은 엄마한테 책을 선물할 때 '엄마가 이 작가 좋아하는 거를 남편이 알고 이 책을 고르더라'라는 센스 있는 한 마디로 은연중에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ESFJ 성격답게 그 어떤 것 보다도 '나'로 인해서 타인들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이런 성격 덕분에 남편도 나도 자연스럽게 각 집안의 외교관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 되었다. 쉬운 역할은 아니지만 지금 이렇게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에 나름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평화로운 결혼 생활을 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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