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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람 Aug 23. 2021

새신랑을 인터뷰하다

아내가 아닌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 남편을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뜬금없는 호기심으로 다짜고짜 남편을 앉혀 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펩시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고 시바견 인형을 쿠션 삼아 안고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세상 편해 보였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혼 10개월 차 김다람 작가의 남편입니다. 테니스장에서 잠시 만난 게 인연이 되어 2년 정도 연애를 하고 지금은 이렇게 어엿한 새신랑이 되었습니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현명하고 지적인 모습(???)처럼 제가 가지지 않은 매력들을 보고 반했어요. 이 사람만 한 사람은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결혼 전 신혼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나요?

네. 있었죠. 아내와 같이 집에서 청소하고 요리하고 영화 보고 운동하고... 일상의 전부를 아내와 함께 하는 생활을 꿈꿨죠.


로망과 현실이 다른 점이 있었나요?

솔직히 제가 요리를 너무 못하는데, 직접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식탁을 세팅하고 요리할 때 국이나 찌개를 젓거나 하는 등 쉬운 일이라도 맡아서 하는 편이에요. 주변에서 맴돌면서 상시 대기하는 거죠. 그리고 집 청소는 일요일 아침마다 하는 편인데 가끔은 정말 하기가 싫더라고요. 그래도 아내는 꼭 해야 한다고 해서 귀찮음을 잊고 아내의 리드에 따르고 있어요. 아 그리고 운동도 이야기해야겠네요. 남편한테 배우지 말아야 할 것으로 대표적인 게 운전인데 저는 그보다도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운동을 말씀하시는 거죠?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테니스 선수 생활을 했고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지 17년이 넘었어요. 아내는 아직 테니스 초보고요. 가끔 아내한테 테니스를 알려주곤 하거든요. 저는 정석대로 알려줬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그게 잔소리로 들렸나 봐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집에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조언을 해줬는데 결국엔 아내가 우는 지경까지 된 거예요. 분명 같은 이야기인데 다른 코치님이 할 때는 잘 받아들이면서 남편인 제가 하니 잔소리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싸운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분풀이를 당했다고 생각해요.


아내와 싸우고 화해하는 방법이 있나요?

저만의 애교?(ㅋㅋㅋ) 화가 나서 혼자 있는 아내에게 투벅투벅 걸어가서 아내의 별명을 부르며 손을 살며시 잡아 화해의 사인을 보냅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준비할 것들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특히 신혼집을 구하고 그 안에 들일 가전, 가구들을 보러 다니고 집안을 정리하는 일을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에 했었는데 결혼식도 같이 신경 쓰느라 그 시기에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내의 결혼 전과 후 모습에 차이가 있나요?

정리정돈을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내보니 그렇진 않더라고요. 할 수 있는데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물건을 제 자리에 두지 않아서 물건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아내가 놓은 것을 저한테 어디 있는지 물어서 당황할 때도 있고요.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까요?

빨래통에 옷을 넣을 때 제발 주머니에 휴지를 안 넣었으면 좋겠습니다(ㅠ). 주머니에 휴지를 넣고 빨래를 돌린 적이 몇 번 있거든요. 빨래 하나하나가 휴지 조각 투성이고 세탁기 안도 온통 휴지 범벅이었어요. 빨래를 20번씩 털면서 널었는데도 휴지 밭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결혼을 앞두신 예비 신혼부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내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게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집을 리모델링할 때 아내 의견에 동의해서 거실 화장실 타일을 옥색으로 했어요. 사실 지금도 그 옥색 타일은 마음 들지 않지 않거든요. 그래도 매일 보다 보니 뇌이징(뇌+aing)이 된 것 같아요. 익숙해진 거죠. 어쩔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누군가를 인터뷰를 해보니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가장 최측근인 남편을 상대로 하니 편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남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중간중간 반박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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