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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람 Sep 07. 2021

예약 전쟁에서 살아남기

요즘 핫플레이스를 가기 위한 예약을 우습게 보다간 깜짝 놀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나 자체 방역 지침에 따라 수용 인원에 제한을 두는 곳이 많아져 입장권을 얻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예약 현장에 사람이 얼마나 몰릴지 알 수도 없고 핸드폰 화면 터치로 제한된 자리를 차지해야 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가락을 무기 삼아 치르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안 그래도 예약이 쉽지 않은 유명 맛집이나 전시회를 비롯해 일상에서 흔히 가곤 했던 도서관이나 복합문화공간에 가는 기회는 이제 하나의 쟁취 대상으로 여겨진다.


최근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회 티켓을 예매하면서 요즘 예약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실감했다. 처음 시도할 때는 단번에 예매할 거라고 자신했다. 그날 전시회를 보고 어디로 갈지 이미 예매를 했다고 가정하고 일정을 짰을 정도로 말이다. 수강신청에 단련되기도 했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로서 티켓 예매는 누워서 떡 먹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웬걸 5초도 안 돼서 모든 시간대 티켓이 매진되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성공했는데 이때는 0.1초라도 아끼려는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 문자 인증번호를 자동 입력하기 위해 PC가 아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자정이 되기 5분 전 로그인 인증을 해놓고 예약신청 화면에서 대기하는 건 기본이다. 자정이 되는 순간 현재시각 옆 새로고침을 누르고 자연스럽게 펼쳐진 달력에서 날짜를 선택한다. 날짜를 미리 선택해놓아도 새로고침을 하면 오늘 날짜로 리셋되기 때문에 날짜는 꼭 새로고침 후 선택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했었다...)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시간선택과 관람인원 칸이 펴지면 시간대와 인원을 선택하면 된다. 급하게 화면을 터치하지 말고 하단의 칸들이 자연스럽게 펴지기를 기다리는 게 포인트다. 그리고 관람인원은 1명으로 할 수밖에 없다. 2명 이상 동반 예약을 하려면 동반자 각각의 이름과 연락처를 모두 기입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티켓은 매진된다.


물론 사전 예약을 하면 입장할 때 대기할 필요도 없고 입장 인원도 제한돼 덜 혼잡하고 더 쾌적한 환경이 주어지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예약에 성공해야 따라오는 혜택일 뿐이다. 노안이 생겨서 글씨를 볼 때 다초점 안경을 쓰고 독수리 타자로 문자를 입력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분들에게 이런 예약 시스템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야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전쟁에 기꺼이 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중장년층 세대나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선착순 예약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이번 전시회 티켓을 예매하면서 부모님 티켓도 같이 예매하고 싶었는데 앞으로는 중복관람을 제한하고 취소표는 특정 시간에 일괄적으로 배포한다고 하니 당분간 추가 예매하기는 힘들 것 같다. 연말이 되어서나 예매할 수 있을까. 효녀 노릇도 하기 힘든 시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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