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만난 장인
"어디로 가려고?"
왠지 사기꾼 같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나에게 물었다.
강남 여행은 처음인데,
이곳에 처음 온 내가 아는 곳이 있을까요?
라고 말하고 싶다가,
기사님에게 이야기했다.
"시내 중심가로 가주세요. 유명한 곳이요"
나를 훑어보던 기사 아저씨가 차를 몰았다.
한참을 달렸다.
아마 돌아돌아 갔겠지?
몸이 조금씩 따듯해지면서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의 손은 들고 있는 캔커피를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다. 소중한 나의 핫팩.
택시가 갑자기 서더니 나를 내려주었다.
번화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넓은 도로를 따라 분주한 사람들이 보이고,
눈 앞에는 커다란 입구 문이 보였다.
허팡지에(河坊街)
커다란 글씨가 이곳의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번화한 이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의 북적이는 모습을 보자,
움츠렸던 몸이 풀려오고 다시 아드레날린 가득한 나는 사진 찍을 생각에 신이 난다.
단순한 녀석.
셔터를 누르고 미소지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곳은 비단의 고장,
과거 사람들에게 이 곳은 <실리콘벨리>였다.
국가가 관리하는 장인들의 비단 만드는 기술이 이곳에서 철저히 보호받았다고 한다.
강남에서 생산된 비단들은
낙타들의 등에 실려 머나먼 비단길을 따라 유럽의 로마까지 수출되었다고 한다.
저 멀리서 웅성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리 공예하는 장인의 시범이 한창이다.
뜨거운 불로 유리 막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모양을 잡아가는 모습.
한없이 불빛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느덧 그 풍경에 하나가 된다.
자세히 보니
뜨거운 불을 다루는 그의 손은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다.
불꽃을 저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시리고 아플 것 같은데,
그는 아무런 흔들림 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도
불과 승부를 벌이는 장인의 손놀림을 보며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마지막 구슬이 유리배 돛대 위에 얹어지고,
그제야 참았던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작업 안경을 벗고 어깨를 매만지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제쯤 나는 저렇게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의 모습을 잡아갈 수 있을까?
수줍게 웃으며 고개 숙이는 그를 보면서,
강렬한 불꽃이 꼬집고 간 상처 투성이 손이 떠올랐다.
탄생의 순간만큼은 우리는
나를 아프게 하는 모든 것들 마져 사랑해야 한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어머니와 같이...
장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불과 유리가
화상자욱 가득한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항저우, 허팡지에 거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