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한가요?
잠을 설쳤다.
히터가 문제였다.
내가 볼 때면 켜져 있다가,
잠만들면 꺼지다니.
이 히터는 AI 가 분명하다,
터미네이터 영화에 나오는 언젠가 인간에게 반기를 들 그 녀석~!
이를 악물고 찬물로 샤워도 하고 식당으로 갔다.
다른 방들은 다들 따듯했는지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나는 주인장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았고,
그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나에게
'잘 잤어?'
라고 물어왔다.
'아니요'
라고 대답하려 하는데,
'저녁에 서호 경치 좋지?' 라고
숨쉴틈 없이 물어보는 아저씨의 노련함에 그만,
'네'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이런 왕서방 같으니~!
항저우(杭州)의 마지막 날,
이제 운하의 도시 쑤저우(蘇州)로 향할 차례다.
언제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서호를
다시 눈에 담기로 했다.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수면과 만나 물안개를 일으켰다.
보라색 물안개가 허공에 먹을 풀고 그림을 그린다.
마치 물이 번져버린 수묵화처럼, 호수 너머로 산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펼쳐진다.
호수 남쪽에서 선착장을 쳐다본다.
간편한 짐보따리 하나, 더할나위 없이 가난한 여행자.
나뭇잎들이 져버린 겨울 풍경은
오히려 고즈넉한 느낌이 들게 했다.
호수 가운데로,
조그만 배 한 척이 유유히 노를 저으며 가고 있다.
이름 모를 뱃사공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항저우 사투리가 가득한 노래를 들으며,
나도 따라서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떠돌이 여행자 작사,
이름모를 뱃사공 노래.
이상한 조합이지만 왠지 기분은 좋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나를보고 이 곳 서호에서 백사에게 홀린
나사빠진 관광객으로 오해했을거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노 젓는 저 뱃사공이 행복할까?
아니면 내일은 또 다른 풍경을 걷고 있을 내가 행복할까?
아니,
우리들의 행복은 그렇게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걸까?
호수와 하나가 되어 노래부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냥 우리 서로가 모두 행복한 걸로 하기로 했다.
그냥 지금 여기에 우리가 있기에.
《 마지막 날, 서호 어딘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