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열매는 과연 달까?

나의 항저우 탈출기? #1

by Le Studio Bleu
터널을 지나서 다다른 곳은 ~

방법이 있을까?


나는 급히 항저우역 으로 향했다.

어찌 되었든 기차를 타야 해....

나의 머리속은 그 생각만 가득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하자 3시가 조금 안된 시각.

역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아... 정확히는 역 바깥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나는 고개만 슬쩍 들어

역 안에 사람들이 어떻게 서있는지 살펴본다.


미어터질 듯한 머리들을 보면서,

도저히 앞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줄 가운데 사람을 잡고 물어본다.


"이거 기차표 줄 인가요?"


물어보는 내가 귀찮다는 듯,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뚜이~(맞아요)"


별수 없이 나는 맨 뒤로가 줄을 섰다.


너무나도 유명한 대륙의 기차역 풍경 .... 나도 저 안에 서있어야 했다 ㅠㅠ (출처 : 바이두)




나는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줄의 길이를 보니, 오늘 저녁을 이렇게 밖에서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계획 대로였다면,

지금쯤 운하를 가로지르는 낭만적인 배 위의 창가에서,유유히 흘러가는 강변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30분이 넘는 시간을 나는 햇볕 아래서

사람들의 뒷통수만 보며 계속 한자리에 서 있었다.


‘다시 돌아가야하나?’


갑자기 히터가 고장난 게스트하우스 왕서방 아저씨가

나에게 손짓하는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단념시키듯,

그 사이 뒤로는 줄이 점점 늘어나고,

이제는 움직일 수도 없다.


앞에는 새치기하는 사람들끼리 시비가 붙어

서로 멱살을 잡고 난리도 아니다.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음.... 그러고 보니,

바이바이 서호를 한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무언가를 먹다가 일이 틀어지면,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저 사람들을 뚫고 갈 수도 없겠지만, 다녀오면 내 자리가 없어져있을 것 같다.


"하아...”


줄어들지 않는 줄을 보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을 촬영해 놓았으면, 덜 지루하겠지만.... 사진을 찍을 공간도 나오지 않는다.


하염없이 앞을 쳐다보다,

다시 뒤를 돌아보다,

마지막으론 땅 아래만 쳐다본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 많다.


우리 모두가 '사람의 파도' 에 갇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땅만 보고있는 불쌍한 여행객들이다.


1시간이 넘어서야

이제 겨우 밀려밀려 기차역 안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정식으로 '역' 안으로 들어온 거다.

(한 시간 만에)


검색대를 통과하고 다시 줄을 서자

저기 멀리 매표소가 보인다.... 드디어...!!!

한 시간만 더 기다리면 중간 목적지에 다다를 것 같다.


이상하게 나의 마음속에서

'야호' 하는 소리가 나왔다.


아무것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과,

눈에 보이는 목표로 다가간다는 느낌은 다르다.

이건 '희망고문' 이 진짜 '희망' 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느낌이 든다!

(이래서 계획을 세울때는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 하나보다~!)


역 안을 둘러보니,

자동발권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없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발권기의 전원이 모두 내려가 있다.아하, 이러니 줄이 줄어들질 않지~!




시간은 다시 흘러흘러,

내 앞으로 세 명의 사람만이 남았다.

그동안의 고생이 보답받을 시간이다!


나는 내 차례가 오면,

이야기 외쳐야 할 '쑤저우' 라는 이름을 계속 연습하며 매표소 유리에 걸린 시계를 본다.


이미 시간은 4시 45분.

줄만 2 시간 넘게 서있었던 거다.

(나중에 친구에게 이야기를 해줬더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2시간만 기다린게 어디냐고...)


그런데 갑자기 앞이 웅성거린다.

눈 앞에 저어기 매표소 누님이 일어나더니,

무언가를 창 앞에 세워놓는다.


《교대, 옆 창구를 이용하세요》


그러더니 매표소 창문 구멍을 닫아버리곤,

주섬주섬 짐을 담기 시작한다!!!


'아니 아니~~~~ 잠까안!!!'


너무 당황한 나는 한국어로 소리가 나와 버렸다.

그리고 이미 창구 앞에선 난리가 났다.


"어이~!"

"왜 문을 닫는거야!!!"

"너 어디가!!!"


사람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는지 마는지,

짐만 챙기던 누님은 시크한 눈으로 줄을 보더니 마이크를.켰다. 창문 뒤에서 마이크에서 호랑이도 입다물게 만들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퇴근시간 이야~!


!!!!


<< 항저우역 매표소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