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길
"안녕하세요. 조다비입니다. 북한에서 온 사람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흔히 탈북민,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등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부르더군요. 맞아요. 제가 그 수많은 수식어 앞에 주눅 들어 살고 있는 한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역마살이 끼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다 현재는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에서도 또 다른 어딘가로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사진과 글을 작업하며 겨우겨우 삶을 연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인간으로 태어난 인생, 인간을 한번 사랑해 보려 노력하며 애를 써보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은둔형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모순적이게도 하고 있는 작업은 모두 인간의 공감과 관심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요.
글은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손을 내민다면 두 권의 책이 될 수 있는 분량의 '글자'를 썼습니다. 하나는 #강제북송 #탈북스토리 #감옥 #굶주림 #북한스토리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또 하나는 #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 북한 배경을 담은 내용이며 북한에서 부모에게 조차 버림받고 저주받은 아이들로 낙인찍혀 스스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갖 수모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사실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남한 사회에는 '탈북자'들의 '에세이'는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에세이 대신 '소설'을 출판하고 싶은 마음에 000 출판사에 투고하는바입니다"
나는 이렇게 70개 넘는 출판사에 계획안과 함께 투고를 했다. 그중 반정도 잠수이고, 반정도는 거절이었다. 긍정적인 곳은 몇 개? 정도였다. 한 곳에서는 두 번째 단계에서 불발돼버렸다. 다른 긍정적인 곳에서는 다른 주제나 혹은 다른 아이디어 있으면 관심 있다고 메일을 보냈다. 거절의 쓴 맛을 보고 딱히 다른 아이디어가 떠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70여 곳에서 거절당한 후 다른 출판사를 찾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성공의 기준을 잴 수 있는 잣대가 있다면 어떤 종류의 잣대를 선택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등단작가이다' 모국어인 조선어(조선사람이니까)를 사용하여 영어로 번역하여 미국이란 국가에서 당당하게 출판된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나름 권위가 있는 잡지에 '집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에세이 한편을 썼다. A4 십여 페이지 정도 쓰니 한화 100백만(환율) 어치를 계좌로 입금해 줬다. 글로 처음으로 번 돈이다. 또 다른 잡지사에는 '빚쟁이'란 주제로 에세이를 실었다. 이곳에서는 어떤 대가도 지불해 주지 않았다.
사진은 꾸준히 찍지만 그 흔한 벽 어디에도 걸려 본 적 없으며 두 권의 책을 썼지만 그 수많은 출판사 문턱을 넘어 보지 못했다. 한국 사회는 아직 탈북자가 쓴 소설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한국인 입맛에 맞는 글을 쓰지 않은 것일지도...탈북자가 쓴 소설도 한반도 문학으로 받아들여지면 좋을 텐데...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있을까?
작가 지망생을 꿈꾸며 골방에서 외로이 혼자 싸우며
빛을 기다리는 예술가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러다 어쩌면 빛을 보지 못하고 심지가 다 타버린 초가 되어
꺼져버린 인생이 되어 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