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아 두었던 기억

by 조다비


저의 아버지는 연초를 참 좋아했답니다. 찢어진 바지는 깁지 않아도 호주머니는 늘 깁고 다녔죠. 그 주머니 속에 넣어 둔 담배 지갑을 혹여 잃어버릴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답니다.


그 좋은걸 당신 혼자 태우기 싫어 어린 저한테도 권했답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것을 저도 사랑하게 됐지요. 그러다 보니 스승보다 제가 태운 담배가 훨씬 많은 듯합니다.


한 번은 깊은 산골짜기를 걷다 아버지를 놓친 적이 있었지요. 7살 아이가 성인의 걸음을 좇아갈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귀가 어둡던 아버지는 늘 그러듯 잘 따라오겠거니, 하고 당신의 길을 걸어갔지요. 그날따라 얼마나 어두웠는지 길을 안내해 줄 북극성도 찾을 수가 없었고 빛 하나 없었답니다. 오솔길 양 옆은 숲으로 우거져 두려움들이 바스락 거렸답니다. 아버지의 옷자락을 잡기 위해 저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달렸답니다. 도무지 아버지의 옷깃을 만질 수가 없어서 저는 그 자리에서 털썩 눌러앉아 울었지요.


울고 있을 때 몇 미터 앞에서 갑자기 반짝하고, 성냥이 켜지더니 아버지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비췄답니다. 성냥 빛에 비춘 아버지의 얼굴은 웃고 있었습니다.


"무서웠느냐? 앞으로 이런 어두운 세상에 혼자 살아가야 할 텐데 무섭다고 울고,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울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느냐?"


"이것 보거라. 이렇게 작은 손톱만 한 불씨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구를 삼켜버릴 것 같은 어둠도 이 작은 불씨 하나도 삼키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너의 마음속에도 불씨 하나는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불씨는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단다. 앞으로 네가 살아갈 환경에 따라 불씨의 크기는 커질 테니까."


흐릿한 기억 속에 아버지의 말이 떠 올라 문득 밖으로 나가 연초에 불을 비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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