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2 솔져스>는 -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 굉장히 미국적인 영화다. 9/11 테러 이후 빈 라덴과 그를 위시한 탈레반 등에 복수하기 위해 분주했던 미국의 움직임을 그린 영화는, 그 배경으로서의 아프가니스탄 자체는 화면 가득 담아낸다. 돌밭과 바람이 가득한 황량한 자연을 담아내는 카메라는 사람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담아낸다. 말 위에 타고 총을 쏘며 돌아다니는 그린 베레 대원들과 북부 연합 이들의 총격전은 현란하게 그려려진다. 실제 현실을 바탕으로, 그동안 미국의 헐리우드 시스템이 쌓아온 전쟁 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반영한 영화는,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 영화가 오롯이 미국적인 것을 담아냈음을 절감하게 한다.
문제는, 그 문법이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교적 최근의 사실(2001년 9.11 테러와 그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이)을 담아내는 영화의 '문법'은, 21세기에 들어와 미국이 쌓아온 전쟁영화의 문법과는 초점이 어긋나 있다. 배경은 아프가니스탄이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미군과 아프가니스탄인들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미국 서부 영화의 기시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사이에서 말을 타고 뛰어들면서도 총알이 빗겨나는 주인공(크리스 햄스워스 분)의 모습은, 그의 전작인 히어로물('어벤져스' 혹은 '토르')마저 상기시킨다. 적으로 상정된 이들은 너무나도 평면적인 악으로 그려지지만, 그렇다고 미군에 편에 선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캐릭터에 입체성이 부여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전쟁을 전쟁으로 다루기보단, 그 전쟁에서 그토록 우려됐던 "게임화 된 전쟁"의 모습으로 전쟁을 담아낸다. 그것이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해도 현실감이 들지 않는건, 이처럼 영화의 문법이 과거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쟁영화들은 단순한 프로파간다 수준의 것을 넘어서는 성과들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허트 로커>,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같이 전쟁의 무게를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스케일의 영화들은 기존의 헐리우드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들이었다. <12 솔져스>는 그런 면에서, 큰 스케일의 전쟁을 담아내는 기술력은 이어 받았지만, 작위적인 미국적 시선을 뛰어넘는 성과들은 전혀 계승하지 못했다. 그 결과<12 솔져스>는 슬프게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와 뛰어난 기술력마저도 촌스럽게 만들어버리는 스토리들의 향연으로 전락해버렸다.
* 사진 출처 : 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