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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키 Jun 08. 2018

정치적 - 생(生)의 한가운데

* 동명소설을 빌려 읽으려고 했으나 할 일이 여전히 너무나 많다. 


11시 15분으로 잡아놓은 교수님 면담을 제때 맞춰 가기 위해 정치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9는 10시 15분 집을 나선다.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선 10분 정도 언덕을 걸어가 골목 속에 숨겨져 있는 주민센터를 찾아야 하기 때문. 언제나 그렇듯 골목길에서 길을 약간 헤매고는 - 이사 온 지 1년 반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적응 중이다 - 군인들로 북적이는 사전투표소로 들어가 투표를 한다. 약간의 망설임과 확인 끝에 투표를 마치곤 종이들을 조심스레 접어들고나간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 A.Downs의 이론을 생각하면 (투표자 개인의 입장에선 투표 행위에 참가한다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인(비경제적인)' 선택이지만 경제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않은 경제학과 출신 정치학 대학원생은 그렇게 평소처럼 '바보짓'을 한다. 날은 흐리고 덥다.


불과 4년 전 애비메탈을 보고 낄낄거리다 전화 너머로 다소 뜬금없는 소식처럼 들었던 선거가 이번에는 당장 가족의 생계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성을 갖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 유사 경제학도는 유사 정치학도가 됐지만 여전히 비정치적인 삶을 살아간다. 뭉치는 것을 싫어해 혼자 사이드로 빠져가며 살아왔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결국 '원자화된 개인'들을 어떻게 묶어내느냐의 문제다. 투표와 의회, 대의제가 국가를 바꿀 것이라는 생각이 영 들진 않지만 그럼에도 알 수 없는 동기로 투표는 꼬박꼬박 챙겨서 한다. 정치, 정치행위, 정치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공부까지 하면서 다시 정치를 배운다. 길은 보이지 않는 데다 뭘 공부하고 싶은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 기분은 항상 롤러코스터를 탄다. 왜 사서 고생을 하나, 버스 안에서 곱씹는다.


분석적이라기보단 여전히 에세이 같은 글. 불필요한 단어 사용과 적절치 않은 개념과 인용구의 오용. 사례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의문. A-. 글의 수준은 여전히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한 학기가 거의 다 끝나감에도 실력이 획기적으로 늘지도 못 했다. 다만,


코멘트에 Interesting! 이 있다.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고 하신다.


다시 롤러코스터를 탄다. 가장 비정치적인 인간의 삶 속을 정치가 다시 관통한다. 새로운 연구분야를 잡고, 고민하고, 포털 뉴스로 정치 기사를 다시 훑는다. 


지난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아직도 허우적대건만 이번에도 탈출하진 못할 모양이다.     


이렇게 한 학기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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