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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버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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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키 Aug 09. 2018

강박

알바를 이틀 연장했다. 드릴이 에어컨 커버 위를 뚫지 못한 채 한참 헛돌던 때였다.  


감사님이라 부르는 어머니 친구 분의 목소리에 화색이 도는 것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진다. 좀 쉬려고 했건만 항상 이모양이다. 소기업엔 사람이 부족해서 고양이손이라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걸 그새 알게 된 게 잘못이다. 사실 조금이라도 필요로 하는 것만 같이 느껴지만 과하게 저자세가 되는 내 탓이 제일 크다.


언제부턴가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자소서를 쓰고 눈에 띄는 공모전에 글을 밀어댔던 것도 탄탈로스처럼 채워지지 않는 자존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던 건가 싶다. 작년 이맘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영혼마저 말라가는 느낌이 들었던 건 돌이켜보면 위험하단 신호였다. 체력도 좋지 않은데 스스로 심적으로 몰아 댔으니 정상일 턱이 있나. 의무감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글은 반 장 쓰는 일조차 버거웠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마음이 동해 쓰는 글은 잘 쓰질 못 한다. 연착륙은 쉽지 않다. 그저 또다시 정신없이 스스로를 몰아칠 뿐이다.


자신을 채워야겠건만 채울 도리가 없으니 바닷물만 연거푸 들이키는 꼴이다. 말라가는 줄도 모르고.


조금은, 내려놔야지.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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