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7년작 <저니스 엔드>. 굳이 유사한 작품을 찾으려고 한다면, 영화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에 가깝다. 작은 참호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쟁. 그러나 영화가 <고지전>과 결정적으로 달라지게 되는 부분은 영화가 담아내는 전투의 초점이 상호 간에 벌어지는 살육전이 아니라, 전쟁 사이에 놓여버린 '전쟁하는 인간'들에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작품이 초점을 맞추는 인물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며 마치 아수라와도 같은 환경을 말 그대로 '버텨'나간다. 희망도 미래도 보이지 않는 싸움. 부푼 마음을 품고 등장한 풋풋한 신입 장교의 붉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가는 것처럼, <저니스 엔드>는 그렇게 전쟁의 참상을 묵묵하게 담아낸다.
카메라가 담아내는 화면들에서 전쟁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상대(적, enemy)가 보이지 않는 모놀로그처럼 진행되는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연약한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 아수라 속에서 술로 자신의 기억을 지워내려는 대위는, 자신이 좋아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동생이 신임 소위로 임관하자 나타나자 혼란에 빠진다. 모두의 신뢰를 얻는 부중대장은 어쩌면 다소 클리셰적인 흔들림을 보이다, 역시 클리셰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막 피어오르는 꽃과도 같은 신임 소위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그 색을 쉽사리 잃지 않지만, 그렇기에 그가 맞이하는 끝의 비극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두려움에 떨고 흐느끼고 좌절하고 고민하는 인간들. 그들에게 전쟁은 어쩌면 적과의 싸움이 아닌, 자기 자신이 가진 공포와의 싸움이다. 그것도, 극복할 수 없는.
<저니스 엔드>는 그렇게, 담담히 무너져 내린다.
* 출처 : 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