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힘

[리뷰] KBS스페셜 - 길 위의 뉴요커

by 디아키

난생 처음으로 편집기를 만지작거리다 온 뒤 본 다큐는 이전과는 다르게 읽힌다. '편집'이란 단순히 이야기를 자르고 붙이는 걸 넘어, '그림'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염원과 열정이 똘똘 뭉친 것이란걸 새삼 깨닫고 난 뒤라면 더욱 그렇다. 빠르게 스쳐넘겨갔던 1분 1초가, 누군가의 하룻밤을 빼앗은 댓가라는 걸 알게 된다면 더더욱.


다만 이호경 PD의 작품은 그러한 편집의 고통을 알지 못할 때에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카메라와 자신의 눈을 일치시킨 듯한 그의 '작품들'은 잘게 쪼깨진 컷 편집들 아래서도 일정한 템포로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비록 그 호흡이 나와는 완벽히 일치하진 않더라도, 그가 만든 이야기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한다. 그건 전적으로 깔끔한 편집 너머로 그 카메라 너머에서 피사체를 바라보고 있을 그의 눈이 그 누구보다 따뜻할 것 같다는 믿음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시선'의 힘이다. 그렇게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알지 못한 사람들의 미래를, 문득 궁금해하게 됐다.


까기는 쉬워도 만들긴 힘들다. 비단 공화주의 같은 정치사상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갈 길이 멀다. 매우.


*사진 출처 : TV 데일리


KBS 스페셜, 길 위의 뉴요커.

2018년 5월 17일 방송.


http://program.kbs.co.kr/contents/vod/vod.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16-0065&program_id=PS-2017067433-01-000&section_code=05&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section_sub_code=06&site_id=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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