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필스 굿 맨(2020)
소위 하위문화로서의 인터넷 밈(meme)이 현실 사회라는 수면 위로 올라오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시껄렁한 농담 혹은 기이한 장난질 정도로만 치부되는 인터넷 밈은 특성상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그들만의 '고인물'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고 ("사딸라"를 생각해보면 쉽다) 갑자기 빠른 속도로 재생산되며, 그 끝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찾아오곤 한다. 또한 속성상 밈은 익명 화자들의 단편적인 생산 과정 속에 머물고, 그 결과물 역시 '액정화면'(넷 세계)이라는 '2차원' 속에 머물 때가 많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보는 것 역시 드문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일엔 예외가 있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생각보다 일어나는 일도 생긴다. 필스 굿 맨은, 그런 밈 중에서 가장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개구리 '페페'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페페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과 '부활'에 대해 다룬다. 무명 만화가의 페르소나로서 일상 만화의 주인공이었던 페페는 포챈(4 chan)의 부름을 받아 성장한다. 여느 밈들이 그렇듯 (ex : 디시의 케장콘) 어느 순간 보편화되기 시작한 밈에 대한 반감은 더 파괴적인 형태의 쓰임을 만들었고, 이는 결국 보수의 아이콘화로 이어진다. 작가는 어느 순간 자신의 손을 떠나버린 캐릭터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오용에 소송을 거는 식으로 문제에 (매우 미약하게나마) 대처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렇게 원작자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일상과 좌절, 분노와 싸움 속에 미국 현대사의 일련의 흐름을 담아낸다. '부활'한 페페가 다시 먼바다(인터넷의 세계를 표현한 것일까... 이런 걸 보면 이 영화는 특히 좀 단순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로 떠나는 모습까지 담아내며.
사실 어찌 보면 뻔한 맥락과 이야기로 구성된 <필스 굿 맨> - 망가져버린 '페페'의 미래와 희망을 홍콩 시위 속 '상징화'라는 작은 흐름 속에서 찾는 건... 암만 우호적으로 보려고 해도 논리적 비약이다. 아마 감독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 을 그럼에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끝끝내 극장에서 보게 만든 건, 인터넷 밈이라는 소재를 다큐로 끌어오려는 시도의 참신성 때문이었다. 인터넷의 움직임은 대개 다큐에서는 '그림'으로 만들 수 없는 소재로 치부되며, 매우 단편적인 형태로만 - 인터넷 방송의 문제를 지적하는 수준의 사회고발적 요소나 혹은 14F나 스브스 뉴스처럼 흥미롭고 신기한 소재로서 활용되는 차원 정도로만 - 다뤄진다. 다큐는 비록 여러 한계를 보여주긴 했지만 (포챈을 남녀 두 명의 이용자만으로 대변할 생각을 하는 건 너무 단순한 접근이 아니었을까? 혹은 휴먼 팔로우나 인터뷰 전 그림 세팅을 그렇게 대충 찍는다고?와 같은) 그럼에도 하나의 맥락을 보여주는 소재로써 밈을 다룬다. 결국 인터넷 밈을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는 방법이 결국엔 애니메이션(내지 모션그래픽) 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면서도 (돈이 많이 들 테니까) 어쩔 수 없단 생각을 다시 한번 하기도.
영화를 보고 나면 사실 결국 모든 '투영물'이 갖게 되는 궁극적인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라는(언제나 인간이 잘못됐다) 단순한 진리를 상기하게 된다. AI 이루다의 '혐오'가 한국 사회의 내재돼 있는 왜곡된 정서를 보여줬듯이, 페페 역시 결국엔 한 사회의 (혹은 전 세계의) 잘못된 정서를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페페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가 누군가를 '웃기게' 했다는 점뿐이다. 모든 인터넷 밈들이 그러하듯, 그가 왜 웃겼는지 아무도 여전히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튼 이래저래 인터넷을 다루는 장기 영상물이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다루고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듯싶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필스 굿 맨>은 나쁘진 않았지만, (소재의 힘에 비해서) 재미는 없었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11843123&query=%ED%95%84%EC%8A%A4%20%EA%B5%BF%20%EB%A7%A8%20%ED%8F%AC%ED%86%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