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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키 Sep 13. 2021

뒤늦게 찾아온 ‘자본주의적’ 사춘기

지금 와서 유예된 것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타의에 의해 집구석에 지독할 정도로 처박혀있다 보니 한동안 유예해 뒀던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중경삼림>을 이제 와서 보고, 추석 연휴 때 볼 <아비장전>을 예매한다. 놓쳤던 <연민의 굴레> 만화책은 다시 2권은 놓쳐 1권만 어찌어찌 구입. 바쁘다고, 어찌어찌 미뤄두었던 것들을 다시 채워 넣다 보니 의외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이때가 아니라면 일리아드 완독은 어렵지 않을까? 빌려뒀던 건축 관련 책들도 지금 빨리 해치워야 할 것 같은데 같은 생각들로 하루를 채운다. 사고 싶었던 기계식 키보드의 최저가를 찾고, sns를 떠돌다 화분계의 ‘에르메스’라는 것을 새롭게 보고, 비싼 돈 들여 사다 놓은 레고를 조립할 궁리를 한다. 늦게 자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가끔씩 방에서 몸을 풀면서 보내는 이 시간들 속에서 돈이 없다고, 여유가 없다고 미뤄뒀던 ‘자본주의적’, ‘소비적’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철은 들지 않았는데, 사춘기만 지금 다시 찾아오면 어찌해야 하나. 그렇게 모른 채 보냈던 서러웠던 시간들이 길었던 것일까, 란 생각들이 드는 밤.


사이클이 틀어지기 시작하니 돌려야겠다. 내일부터 다시 한 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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