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하 Aug 25. 2020

IT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 업계는 대체 무슨 일을 할까?

IT회사 기획자 10년 기념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한 때는 3D산업 -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 이자 기피 업종이었던 IT업계. 그 유명한 3D산업에서 10년을 존버하고 굴렀으니 이제 짬밥 좀 먹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지금은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한 때는 극악의 야근크리와 삶을 포기하는 철야로 유명했던 IT업계.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그토록 기피하는 대상이 되었었을까?


[참고]
이 글은 IT회사를 지원하려는 예비 기획자나 그에 준하는 주니어 기획자에게 업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 경험을 기반으로 가볍게 훑는 글입니다. 상당한 전문지식을 원하는 기획자이거나 업계에서 구를 만큼 굴러본 선배님들께서는 조용히 퇴장을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진부하지만 IT의 뜻부터 알아보자.


IT(information technology)
인터넷의 성장으로 발달한 새로운 영역으로서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관련 서비스와 부품을 생산하는 산업의 통칭
- 네이버 지식백과


지금 보는 브런치도 그렇고 브런치 글이 노출되는 다음 포털도, 경쟁사인 네이버도 모두 인터넷의 발달이 가져온 서비스들이다. 이런 서비스들이 잘 굴러가기 위해 IDC라는 물리적인 공간도 필요하고 각 서비스들이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 바쁘게 통신을 한다. 서비스는 그렇게 우리가 다 알기에는 어려운 광범위한 정보 통신 기술들의 연결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상당히 광범위한 기술의 연결이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모든 기술을 잘 해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들도 기술 획득 방법으로 '외주'를 이용하거나 이미 잘 갖춰진 기술을 자신들의 서비스에 가져다 붙이는 방식이 많다. 기술력이나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라기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다. 모든 걸 스스로 해내려면 회사의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 거다.


때문에 요새는 아마존에서 내놓은 클라우드 AWS(Amazon Web Services)를 이용하거나 글로벌 진출 시 콘텐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CDN(Content Delivery Network)과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하고도 어려운 기술들을 가져다 붙이고 지지고 볶다 보면 서비스 하나를 겨우 내놓게 되는 것이다.


재미없는 얘기는 각설하고 그럼 이제부터 IT업계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는지 조금 더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IT업계의 구분

IT업계는 크게 회사의 유형과 업종으로 나누어 불린다. 먼저 회사의 유형에 따라 구분하면 고객사의 수주를 통해  업무를 하는 웹에이전시, SI(system integration)가 있고 기업 내에 IT부서로 포함되는 인하우스 유형이 있다. 회사 자체 솔루션을 보유한 것도 인하우스로 불리기도 하지만 주로 자사서비스는 업무 체계가 다르기에 독립적인 유형으로 구분한다. 업종으로는 포털, 게임, 이커머스, 교육 등과 같이 산업의 종류에 따라 구분 지어 말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분류로 따지면 나는 첫 입사를 웹에이전시에서 시작한 뒤 SI를 겪고 포털업종의 인하우스로 이동했고 현재는 이것저것 간 보다가 최종적으로 이커머스 자사서비스를 하는 곳에 정착했다.


이직을 할 때는 유형에 따라 '어떤 분류의 출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기획자를 기준으로 표현해보자면 '출신'의 의미는 아래와 같이 해석된다.


[웹에이전시 출신]

정신 나간 고객사 때문에 인간 취급 못 받고 내 잘못도 아닌데 야근, 철야는 밥먹듯이 해야 돼서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사람들끼리 친해서 참아보게 되는 곳

빡셈강도 - 상

업무강도 - 중

서비스 이해도 - 중상

기술적 이해도 - 중하

스트레스 - 상


[SI출신]

사내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계산하기에 인간미는 없지만 나름 기술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있어 배울 건 많아서 참아보게 되는 곳

빡셈강도 - 상

업무강도 - 상

서비스 이해도 - 중

기술적 이해도 - 중상

스트레스 - 중상


느끼는 강도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두 군데를 모두 겪은 바로는 위와 같이 비교해볼 수 있겠다. 웹에이전시든 SI든 고객사를 상대했던 회사의 출신들은 대체로 업무의 범주나 서비스의 흐름을 잘 파악한다. 고객사가 정상인 케이스가 흔치 않기 때문에 극한의 스트레스를 맛보게 되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 내성이 높거나 해소하는 나름의 노하우들이 있다.


내가 회사에 면접을 봤을 때도 그렇고 현재 면접 보는 입장에서도 에이전시나 SI출신들은 인하우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시작한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구축 업무를 했던 기획자라면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한 전체적인 사이클을 - 기획 단계부터 개발 후 배포까지 - 돌려본 경험이 있기에 그 일련의 과정이 강력한 무기로 작용되는 것.


반면 인하우스 출신들은 타 회사로 이직 시 회사 이름이 좋지 않다면 스스로 어필을 잘해야 한다. 인하우스의 경우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PM은 별도로 존재하고 기획도 분야별로 쪼개져있어 업무가 체계적이고 세분화되어있다. 때문에 조직 적응력은 배우기 좋겠지만 주로 루틴한 업무를 맡았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인하우스 출신이 이직 시에는 큰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일을 배웠다는 것을 강조하고 업무에 대한 본인의 욕심을 어필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는가?

업계는 나뉘더라도 IT회사는 대체로 비슷한 직무로 구성된다. 뼈대를 잡고 살을 붙이는 기획자와 예쁘게 가꿔주는 디자이너, 그리고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퍼블리셔와 개발자가 있다. 또한 이걸 어디 내놔도 괜찮을지 검증하는 QA도 존재한다. 각 업무를 하나씩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 서비스 방향의 중심을 잡는 사람, 기획자

기획자는 주로 이 서비스에 대한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서비스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서비스 목표 설정), 이를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고(비즈니스 모델 수립)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쉽게 서비스를 사용할지(화면, 서비스 설계) 그리고 어떻게 더 잘 알릴 수 있을지(콘텐츠 홍보 및 운영 기획) 등 머리 빠지게 고민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항해하는 역할도 한다. 즉 아래 업무들 빼고 다 하는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 디자이너

서비스에 대한 어느 정도 스케치가 나오면 디자이너는 마법이라도 부리듯 뚝딱뚝딱 디자인을 시작한다. 기획자가 설계를 마치면 디자이너는 컨셉에 맞게 구조물을 만들고 생동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기획자와 많은 언쟁이 있기도 때로는 정말 친해지기도 하는 존재다. 하나하나 완성되는 페이지를 보며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보니 언쟁이 있는 것은 불가피. 기획이 완료되고 가장 먼저 일하게 되기에 서로에게 시행착오가 많은 존재다.


-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퍼블리셔

퍼블리셔는 별도로 존재하는 회사도 있고 디자이너가 퍼블리싱을 같이 하는 회사도 있다. 퍼블리셔는 디자인된 공간을 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이들은 디자이너와 개발자 중간의 업무라 보면 되는데 디자인도 개발도 가까운 직무다. 개인적으로 IT업계에서 가장 매력 있게 느끼는 업무지만 일부 '롤이 어중간하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퍼블리셔가 있을 때 일이 더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은 기정사실.


- 마침표를 찍는 사람, 개발자

개발자는 앞선 모든 노력을 산출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를 오픈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꽁꽁 숨겨서 준비한 서비스를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배포'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아 고쳐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개발자와 기획자는 경험상 가장 많이 싸운다. 서로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가끔은 가장 힘든 존재다. 그래서 대부분 이 둘은 과하게 친하거나 파국으로 치닫거나 둘 중 하나다.


- 쓸만한지 검증하는 사람, QA

배포날이 다가오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QA는 배포할 서비스가 사용자들이 쓸만한지 사용에 불편함이 없을지 예측하는 직무다.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까지 다 고려하며 TC(Test case)를 작성하고 그것들을 수행하며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오류를 잡아낸다. 가끔은 소름 끼칠 만큼 디테일해서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우리 서비스를 안전하게 배포해주려는 마음이구나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스린다. QA검증을 정상적으로 마친 서비스는 대체로 큰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굴러간다.





IT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면 당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수 있다. 내부자가 되면 당연한 얘기들이지만 외부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기획자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IT회사의 기획자로 발을 딛는 것이 큰 결심을 요할 수도 있겠다.


가끔은 정말로 더럽기도 하고 눈치 없이 빠르게도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려면 날이 갈수록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날아갈 정도니 금전적 생명이(?) 위험한 것도 맞다. IT붐 시대 이후로는 교육기관이 많아지면서 낮은 진입장벽 탓에 수많은 인력이 유입되고 수없이 잘린다. 그렇기에 기획자는 더 스스로를 계발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존버(me!)는 결국 승리했고 이제 수많은 실패를 겪고 단단해진 땅에서 IT업계의 꿈나무를 키워보고 싶다. 실패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매일을 좌절하고 개발자에게 무시당하며 낙심하는 일이 많은 주니어 기획자에게, 그대들은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기획자를 위한 글을 쓰려한다. 나도 이제 10년밖에 안됐기에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배움과 경험이 적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나의 앞으로의 글이 IT회사 기획자들에게 힘과 무기가 되기를, 나아가 앞으로 겪을 프로젝트의 수많은 빌런들을 물리칠 수 있기를 바란다.


환영합니다. 기획자 여러분!





*위 내용 외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프로필에 있는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메일 주세요. 아는 선에서 가능한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