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코인투자 횡령사건과 사업자대출

by 범버맨

* 기존 매거진의 글을 브런치북으로 옮겨 재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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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연예인이 법인의 자금을 횡령하여 코인 투자를 한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본인이 100% 지분을 가진 1인 소속사가 대출받은 자금을 가지급금으로 처리하여 개인적으로 코인에 투자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돈을 본인이 쓴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하지만, 사실상 이는 명백한 횡령이다. 법인은 별개의 법적 인격체이기 때문에, 법인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횡령이며, 개인소득세율보다 낮은 법인소득세율을 이용한 탈세 가능성도 있다. 또한 법인 직원이 있다면 이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배임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횡령, 배임, 탈세 등의 문제 외에도 나는 은행원이다 보니 다른 부분에 더 주목했다. 바로 ‘대출받은 자금’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법인은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개인보다 더 많은 대출 한도와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개인 대출은 DSR 규제와 같은 다양한 규제를 받아 한도가 제한되지만, 법인의 사업자대출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따라서 사업자대출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은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셈이다.



이같은 유용 방지를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사업자대출은 자금 용도를 증빙하는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은행 업무를 하면서 자금 용도 서류를 위조하거나 자금 용도 증빙이 불필요한 범위 내에서 여러 번 나누어 대출받는 등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가는 사례를 자주 목격했다. 올해에는 한 국회의원이 사업자대출을 받아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해 사기대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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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업자대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유혹은 코인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 균등상환방식 등으로 매월 납부금액 부담이 크지만, 사업자대출은 이자만 납부하는 방식으로 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큰 레버리지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업자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 결국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층의 주거비용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예인의 횡령 사건과 국회의원 사기대출 사건은 사업자대출 자금의 가계용도 유용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들 사건에 거래 은행 지점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기사를 통해서 확인이 되지 않았다. 뛰어난 사문서 위조 행위가 있었거나, 업무 담당자의 자금용도 확인절차에서 허점이 있었거나, 심지어 합의가 있었는지. 도덕적 해이의 영역인지 업무 미숙의 영역인지 혹은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실무를 하면서도 정말 많은 사업자대출 유용 사례들을 보았다. 한 번은 새로운 지점에 발령받아 갔더니 꽤 큰 금액의 사업자대출 유용건이 있었다. 정기감사에도 적발되지 않아 수년간 방치되어 있던 건이라 전액상환을 업체측에 통보하여 진행했다. 하지만 이미 해당 업체는 땅 짚고 헤엄치듯이 전액 대출로 용도에 맞지 않는 토지 투기를 하여 수억원의 차익을 누린 상태였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은행 차원의 자금용도 심사 강화와 더불어 처벌도 강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대출자와 은행원의 윤리에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유혹이 있고 동종의 실수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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