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매거진의 글을 브런치북으로 옮겨 일부 수정, 재발행한 글입니다.
누구나 잔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을 때에는 충고와 조언, 그리고 오지랖의 경계에 있는 잔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귀찮고 부담스럽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고 연차와 직급이 높아지면 잔소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 잔소리가 사라지는 순간이 오히려 더 무서울 수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는 이유가 내가 발전했기 때문이라면 다행이지만, 기대와 관심이 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일을 더 꼼꼼히 처리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면 이는 내가 업무 스타일을 개선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친구는 더 이상 바뀌지 않을 거야" 라고 판단해서 혹은 "말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겠지" 싶어 잔소리를 멈춘 것이라면? 이는 회사에서 내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이 굳어지는 신호일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세대 간 인식 차이 때문에 잔소리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MZ세대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상사들은 괜히 말했다가 간섭으로 들릴까 조심하며 차라리 침묵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런 신중함이 때로는 후배들에게 배울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잔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곧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여지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조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연차 대리 시절, 한 상급자가 술자리를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일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 시간 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타입이었다. 어느 날, 한 여직원이 그 잔소리를 한 시간 동안 듣다가 결국 울기도 했다. 나도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그 상급자가 일 외에는 말주변이 없을 뿐이라는 생각에 그냥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잔소리를 하는 만큼 스스로도 열심히 일하는 분이었기에 반발심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반복해서 듣던 지적 포인트들은 어느 순간 고쳐져 있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잔소리가 많은 상사 밑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정말 무서운 것은 팀원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잔소리조차 하지 않는 조직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하급자는 정체되고 도태된다. 그리고 그 직원이 상급자가 되었을 때는 더 이상 잔소리를 해줄 사람이 없고 부족한 능력을 정치력으로 메우려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능하면 잔소리를 덜 듣고 무탈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 잔소리를 듣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든든한 방패이자 최고의 자기 방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