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타인 노동'의 가벼움

충주맨의 사직을 응원하며

by 범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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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주맨’이라 불리던 충주시 홍보담당 공무원의 퇴사 소식이 화제다. 대중은 그의 향후 행보나 몸값에 주목하지만, 조직 생활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사직서를 내기 불과 한 달 전 전임 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먼저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사실에 아마 한 번쯤 눈길이 갔을 것이다.


그는 전임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색다른 감성으로 유튜브를 성공시켰고, 그 공으로 초고속 승진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는 필연적으로 숱한 시기질투가 따랐을 터다. 조직 생리를 아는 이들은 잘 안다. 수장이 바뀌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이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라는 것을. 전임자의 치적이었던 프로젝트는 새로운 수장이 오면 예산 삭감이나 백지화의 수순을 밟곤 한다. 특히 전임자의 색깔이 강했던 화려한 결과물은 새로운 수장에게 일종의 부채이자 눈엣가시다. 수억 원을 들인 컨설팅 결과물도 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서랍 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 공을 세우기 위해 밤낮을 지새운 실무자의 노고는 정치적 셈법 앞에 무력해진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열정이 전임자의 유산으로 치부되어 지워지기 전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밖에서 보이는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이처럼 조직의 생리와 개인의 고단함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대중은 대개 편집된 단면만을 보고 타인의 노동을 쉽게 재단하곤 한다. 이 대목에서 나의 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군 복무 시절, 나는 사령부 헌병이었다. 기본적으로 3교대 근무를 서는 일과였고, 인원 부족으로 주말이면 가끔 면회실 안내 근무에 투입되곤 했다. 정복을 갖춰 입고 시원한 면회실 데스크에 앉아 접수를 받는 모습은 남들 보기에 꽤나 ‘꿀보직’처럼 보였을 것이다. 면회객 중 일부는 그 모습을 마땅찮게 여기기도 했다.

하루는 한 면회객 부모님이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들도 당신처럼 이렇게 편한 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나? 비결이 뭔가?”


자신의 아들은 뙤약볕에서 고생하는데, 나는 에어컨 바람 아래 앉아 있는 게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그분은 내가 야간 초병 근무를 마치고 잠을 자야 할 개인 정비 시간에 주말 추가 근무로 불려 나왔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그저 내가 평소에도 늘 면회실에 앉아 편하게 근무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고통은 크게 보고, 타인의 수고는 쉽게 과소평가한다. 잘 알지 못하면서 타인의 삶을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때 몸소 배웠다.

은행원으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중의 시선은 군 시절 면회실에서 받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앉아서 쉽게 돈 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거대한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듯 방대한 업무와 매번 씨름한다. 순환 인사에 따라 몇 년마다 새로운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습득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은 밖에서 보이는 정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일은 어디에도 없다.


충주맨의 퇴사든, 어느 직장인의 연봉이든 우리가 보는 것은 편집된 결과값일 뿐이다. 누군가의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것은 그가 그 일을 아주 능숙하게 해내고 있거나 혹은 내가 그 일의 이면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오늘도 창구에 앉아 타인의 노동을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매일 버텨내야 하는 전장임을 알기에. 타인의 삶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예의 바른 태도는 ‘함부로 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끝으로, 공공기관 홍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다시 출발선에 선 김선태 님의 미래를 응원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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